무대 위의 인물들이 반복되는 특정 시간 속에 갇히는 것을 ‘타임루프(Time loop)’라고 한다. 반복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인가 놓친 것이 없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그래서 타임루프는 많은 작품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치로 쓰인다. 뮤지컬 ‘원모어’는 웹툰 ‘헤어진 다음날’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뮤지컬로 인디밴드 보컬인 주인공 ‘유 탄’과 여자친구 ‘다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원하지 않는 타임루프에 빠져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 ‘유 탄’ 역의 배우 황민수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자신을 ‘여전히 갈 길이 먼 신인배우’라 소개한 황민수는 얌스테이지와 처음 인터뷰를 했던 지난해보다는 여유롭게, 하지만 그때와 변함없이 에디터가 건네는 질문마다 눈을 반짝였다.
YAM : 뮤지컬 ‘원모어’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요?
“제가 뮤지컬 ‘더픽션’을 공연하고 있을 때 ‘원모어’ 창작진이 작품을 보러 왔어요. 감사하게도 제가 공연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유 탄’ 역에 캐스팅 됐죠. HJ컬쳐 소속배우로 맡은 첫 외부작이라 처음에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그런 생각마저 모두 잊게끔 다들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지금은 여느 때와 같이 즐겁게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YAM : 창작 초연극인만큼 연습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반대로 좋았던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창작 초연극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다고 하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서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이 막연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커요.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장면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작품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보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연습실 분위기가 항상 화기애애했죠.”
YAM :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든 유탄은 배우 황민수가 바라볼 때 어떤 인물인가요?
“유탄은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터에요. 누구나 자신의 꿈이나 성공을 바라면서도 흔들리는 시기가 있잖아요. 유탄은 그 과정에서 친구를 배신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지만 반복되는 하루를 통해 결국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죠. 극이 진행되는 한 시간 반 동안 성장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타임루프를 겪으며 변화하는 유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 초반에는 후회스러운 하루가 반복되니 힘들어하는 유탄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하지만 하루의 끝에 다인의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복되는 하루를 끝내자’가 아닌 ‘다인이를 살리자’로 목표가 바뀌어요. 그러한 변화가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YAM : 상대배역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까요.
“다인 역할의 서유나 배우는 제가 생각하는 극중 인물의 이미지와 가장 흡사해요. 연습실에서도 자주 호흡을 맞춰봤어요. 문진아 배우는 굉장히 발랄하고 좋은 에너지를 줘요. 그런 좋은 기운을 받아 저도 더욱 힘내서 공연에 임하게 되더라고요. 이효은 배우는 제가 공연 중 텐션이 높아질 때면 그걸 눌러주며 밸런스를 맞춰줘요.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다인이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
YAM : 원모어는 뮤지컬 ‘김종욱찾기’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김혜성 작곡가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죠. 넘버들 중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하나 꼽아보자면요?
“극 말미에 나오는 ‘원 모어(One more)’라는 넘버를 가장 좋아해요. ‘일레븐어클락 넘버(11’O clock number)’라고도 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이 시작하면 11시쯤에 주인공이 마지막 넘버를 부르고 극의 전개가 결말로 치닫잖아요. 그런 것처럼 유탄의 감정이 이 곡에 가장 잘 나타나있어요. 다인과 함께 만들었던 곡이지만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것을 유탄이 다인을 생각하며 완성하죠. 그래서 가장 의미 있는 것 같아요.”
YAM : 극중 10월 4일이 반복되면서 매번 다른 시도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죠. 하루가 반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배우 황민수는 어떤 것들을 시도해보려 할까요?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볼 것 같아요. 모든 걸 내려놓고 훌쩍 떠난다든가, 한강에서 수영해보고 싶기도 하고.(웃음) 용기가 없어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볼 것 같아요. 반면에 어마어마한 행동을 한 뒤 하루의 반복이 끝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YAM : 아직 ‘원모어’를 보지 못한 관객들이 이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있고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보실 수 있는 작품이에요. 공연기간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니 극장으로 많이 찾아와주시면 좋겠어요.”
글·사진 에디터 홍혜리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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