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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1]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김주호, 인간의 욕망에 대하여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무대화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인간 내면에 가득 차 있는 모순과 욕망, 그리고 그 속에 같이 하는 선의지를 강렬히 보여 준다. 또한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선과 악, 이 모두가 혼재하는 인간 본성을 고스란히 무대에서 표현한다.

 

배우 김주호는 극중 아버지인 표도르 까라마조프를 맡아 무대에 오른다. 누군가 인생작을 물어본다면 꼭 들어갈 작품으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얘기하는 그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YAM :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요?

이 극은 정말 제가 하고 싶어서 꼭 해야겠다 해서 리딩부터 시작한 역이 아니었어요. 원래는 다른 배우에게 먼저 연락이 갔던 배역이었는데, 스케줄의 문제로 취소되었었죠. 두 번째로는 이번 재연으로 참여하는 최영우 배우에게 연락이 간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최영우 배우가 저를 추천했고 그 와중에 이진욱 작곡가도 저를 추천해서 리딩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투입되었던 인연이 이렇게 재연까지 오게 되었네요.”

 

YAM :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매력이 무엇인가요?

배우들의 열연을 무조건 꼽을 수 있겠죠. 초연을 할 때 길을 걸으면서 까라마조프의 대사를 읊조리고 다녔었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텍스트가 주는 의미나 에너지가 대단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은 뮤지컬이기 때문에 노래가 나오는데 이게 말이 노래스럽고 노래가 말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표도르가 죽었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본다는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YAM :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첫 연습 어떠셨나요.

신기한 경험이었었죠. 음악 연습하고 첫 리딩을 하는데 그때 첫 대사가 스메르쟈코프였어요. 그냥 읽으면 되는 대사였는데 갑자기 운율이 섞여서 튀어나와 버렸죠. 그런데 대사를 하면 할수록 제 입에 달라붙더라고요. “, 이 편안함은 뭐지?”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YAM : 재연의 연습은 어떤가요. 초연에 했던 시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텍스트가 주는 느낌이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표도르에게 초연 때 없었던 한 페이지가량의 대사가 생겼어요. 현재 그 대사들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전부 다 해보고 하나씩 버리고 있어요. 초연에 했던 것들은 안에 담아두고 이제는 좀 버리려고도 하고 있고요. 더하면 더할수록 무언가를 넘으려는 발버둥 같아 보여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나서 압축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시도들을 계속하고 정리해 가야죠.”

 

YAM : 뉴 캐스트들이 많이 생겼어요 뉴 캐스트들과 연습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점이 있을까요?

알료샤 역에는 초연 배우들이 없고 전부 뉴 캐스트 들인데 신기하게 알료샤 역할을 하게 되면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게 되는 것 같아요. 초연 알료샤들에게 받았던 느낌을 지금 알료샤들한테도 느끼고 있어요.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받는 느낌은 묘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이반, 드미트리, 스메르자코프의 뉴 캐스트 들도 표현의 차이지 캐릭터가 주는 느낌과 눈빛과 표정들은 초연과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전부 까라마조프가에 들어온거죠. 신기한 경험이에요.”

 

YAM : 작품이 재연으로 오면서 극장이 바뀌고 프로필도 느낌이 바뀌어서 외적으로도 달라진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외적으로만 말씀드리자면 전에는 짧은 머리의 강인한 그런 표도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면 재연은 더 늙은 표도르. 세상을 다 산자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려는 그 욕망과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발버둥 치는 광기를 더 구현하고 싶어요.”

 

YAM : 표도르 까라마조프와 존 루키페르는 같은 인물을 다르게 표현한 캐릭터들인데요.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개인의 욕심과 고민, 이중적인 모습을 비춰내는 존재로 표도르와 존 루키페르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끝이 다르죠. 블루레인의 존 루키페르는 끝까지 악의 존재로 죽어서도 괴롭히고 사일런스를 악의 존재로 동요시켜 루크를 괴롭히죠. 하지만 표도르는 죽어서 자신 자식들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 있죠. 너의 자식들이 힘들어가고 슬퍼하니 너는 참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악인이 될 것인가의 질문을 받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존 루키페르와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다른 것이지 않나 생각해요.”

 

YAM :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표도르 까라마조프, ‘블루레인’의 존 루키페르 그리고 다시 현재까지. 같은 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부담감은 없고 너무 좋습니다. 할 수 있는 한 표도르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감정이 좋아서 작품과 같이 살아가면서 주고받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글·사진 에디터 송양지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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