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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2]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김주호, 아버지와 아들 그 관계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첫 등장부터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계속 버티었고 아들들의 마음까지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YAM : 김주호 배우가 생각하는 표도르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요.

거대한 물음표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표도르라는 인물은 왜 욕망과 방탕한 삶을 살았으며, 자기 자식들에게 아픔, 상처, 고통을 주는가에 대해 초반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계속 고민을 하다가 번뜩 드는 생각이 표도르는 그 자체인가?” 싶었죠. “이런 사람이 있으니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 같은 존재라고 생각이 되었어요. 텍스트 적으로 드미트리는 살인 충동, 이반은 살인교사, 알료샤는 방관적 살인, 스메르쟈코프는 살인. 이렇게 나누어져 있지만 그 안에서 개인의 욕심과 갈등, 고민과 이중적인 모습을 비춰내는 게 표도르라고 생각했어요.”

 

YAM : 김주호 배우만의 표도르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표도르는 극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죽은 캐릭터인데 등장할 때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져요. 음악의 힘을 받아서 마치 성스러운 걸음인 양 걸어가 침대이자 관에 앉아요. 그리고 그 순간 안도를 하죠. 표도르가 안고 있는 상황들은 한 가지가 아니에요. 표도르는 죽은 자이고 과거로 치면 살았던 자이고 그리고 동시에 스메르쟈코프가 날 죽인 걸 알고 있지만 그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죠. 매 순간 짧은 찰나에 죽은 자이면서 산자인 것을 표현하려고 신체의 움직임부터 많이 신경을 썼어요. 표도르는 아들들의 성향을 전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극의 주체는 표도르가 아닌 아들들이기 때문에 연습할 때 아들 역 배우들을 계속 관찰했어요.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아들 역 배우들의 눈빛과 감정, 감수성, 상황들을 제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어요.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동작들이 있어요. 그걸 한번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YAM : 표도르를 생각하면 김주호 배우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아요. 표도르와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표도르 장인이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비슷한 배역을 많이 맡아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장인이 아니에요. 표도르라는 캐릭터는 공감대 형성이 너무 어려워요. 제가 살면서 남한테 이 정도의 고통과 상처를 준다든지 하는 사람이 아닌데 공감대 형성을 물어보시면... 인간은 누구나 폭력성을 갖고 있다고 해요. 그걸 감추고 있고 노력하는 것뿐이지 누구나 갖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제 안에 있는 폭력성을 무대 위에서 한번 꺼내본 거예요. 터뜨려보고 고함질러보고 한 거죠. 거기에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흥도같이 집어넣어서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표도르와 제가 겹쳐보이게끔 노력을 한 거죠. 관객분들이 너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YAM : 초연의 표도르가 하는 대사 중에 “사랑은 내 몸속에서 수십 번도 넘게 집을 짓는다.”라는 문장이 강하게 남아 있는데 이 문장이 표현하려고 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장면이 가장 쓸쓸한 장면인 것 같아요. 이 장면은 실제 원작에서는 없는 부분인데 저는 이 부분이 표도르가 토해내는 마지막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극중에서 아들들은 가만히 지켜보지만 표도르는 혼자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죠. 마지막까지 다 토해내고 난 뒤, “이제 하루 종일 못 놀겠다, 반나절만 놀아야겠다.”라고 하며 악착같이 버티려는 모습도 보이고요. 사실 이 문장은 러시아 속담인데 러시아에선 사랑의 표현을 할 때 집을 짓는다.”라는 표현을 한다고 해요. 표도르에게 있어서 사랑은 무엇일까요?

 

YAM : 이제 아들들의 이야기도 나누어 볼까요?

드미트리와는 앙숙 같은 존재이죠. 재산과 여자관계가 얽혀있어요. 그루첸카에게 반한 드미트리는 3천 루블의 유산이 절실하지만, 표도르와 그루첸카는 따로 만나고 있는 상황이죠. 드미트리의 말 중에 나도 당신을 닮아 사랑을 안 하면 살 수 없잖아.”라는 말을 해요. 초연에는 감히 네까짓 게 나를 닮아?”라는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드미트리가 아버지와 닮았다고 인정해 버리는 그 순간이 좀 애잔하더라고요. 하지만 곧바로 내가 얘를 애잔하게 느껴진다고?”하면서 불처럼 타오르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대사로 느끼는 감정이 달라져요. 표도르와 드미트리가 서로 닮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반과 알료샤는 한 배에서 나온 아들들인데 너무 다른 아들들이죠. 이반은 무시하는 존재이고 그나마 알료샤에게 애정이 있어요. 그런데 둘이 서로 의지를 많이 해요. 그래서 장롱안에서라던지 둘의 짧지만 성장사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어머니에 대한 학대라든지 아들들에 대한 폭력성의 부분들이 깔려 있는 상황이죠.”

 

 

 

 

 

# 배우 김주호

 

YAM : 배우 김주호에게 포기하지 않은 열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는 단순은 복잡 위에 있다.”라는 말과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라는 말을 모토로 두고 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전하려면 시간적, 물리적, 경제적, 화학적 등으로 투자를 하고 노력을 해야 응집된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노력이 없이 사랑한다라고 하면 그건 헛소리가 될 뿐이죠. 감정의 결을 알기 위해서 노력하고, 느낌을 알고 나서 버리는 것. 단순하게 서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내포하고 싶어요. 그런 작업들이 저를 열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복잡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 뒤에는 단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게 기능적이나 기술적으로 변할까 봐 그게 너무 두려워요. 그래서 더 복잡하고 집요하게 하고 있어요.”

 

YAM :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신가요.

제가 사람 좋아하고 흥 많고 즐거운 사람인데 근래에 몇 작품을 계속 고통을 주고 상처를 주며 괴롭히는 역할 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아프거나 해서 정말 웃으면서 즐거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즐겁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극 이요. 그래서 가족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아들한테 아빠가 하는 극을 보여주고 싶은데 지금은 제가 하는 작품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아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YAM : 2020년 계획이나 목표한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계획이나 목표는 없어요.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사는 거죠. 저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라는 작품을 우연히 리딩 때부터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초연 때 추정화 연출이 공연을 보고 간 거죠. 그때 제가 각인이 되었나 봐요. 그걸로 연결이 되어 루드윅이라는 가슴 뜨거운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죠. 오세혁 연출은 저에게 깊이감을 준 연출이고, 추정화 연출은 저의 뜨거움을 다시 일깨워 준 연출이에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초연 때 모든 걸 다 불태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쪽으로 더 불태워야 하는 극을 만난 거죠. 그때의 인연으로 블루레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등을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해요.”

 

 

 

 

글·사진 에디터 송양지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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