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답지 않은 신인의 등장’. 배우 양희준을 수식하는 문장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외쳐 조선’에서 홍단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제 막 무대에서 걸음마를 뗀 아이와 다름없다. 모든 것이 처음인 ‘신인’ 양희준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결코 ‘신인’이 아니다. 첫 무대에서 노련하게 자신의 기량을 뽐낸 것은 물론이고 일회성으로 그칠 수도 있는 관객의 호기심을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매회 성장하는 무대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그의 무대에 관객의 박수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은 다른 인생을 짧게나마 굵게 사는 직업인 것 같아요. 다양한 인생사를 경험할 수 있어 저에게도 매력적인 직업으로 다가오죠. 마치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여행을 떠나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맛보지 못했던 것을 맛보고, 듣지 못했던 것을 듣잖아요. 그런 즐거움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데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새로운 경험, 그 이상의 매력이 분명 배우라는 직업에 있었다. 양희준은 그것을 ‘영향력’에서 찾았다. 다른 인생을 무대에서 연기하며 관객에게 미칠 영향력의 힘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양희준은 “무대에서 제가 어떤 인물의 인생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보는 관객도 다양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뿌듯하다.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생긴다”며 “짧게나마 다른 이의 인생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인생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저를 포장하는 것을 잘하지 못해요.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꾸미는 걸 잘하지 못하죠. 장점이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기도 하죠. 장점으로만 보자면 배우로서 저의 매력이 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진실함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어떤 인물로 저를 포장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대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꾸미지 않고 연기하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청했어요. 그러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더 그 인물의 인생을 파고들어 연구하고, 이해하는 거죠. 인물을 이해하면 더는 꾸밀 필요가 없어져요.”
최근 자신에게 붙은 수식어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던 양희준은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인물과 작품을 만나기를 고대했다. 그는 “배우가 무대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 인물에 빠져들어 연기할 때다. 많은 배우가 ‘지킬앤하이드’라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며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 인물에 푹 빠져들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러한 확신이 있기에 ‘지킬앤하이드’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깊이 인물에 빠져들어 연기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어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차기작에 대해 대표님과 논의 하고 있어요. 공연될 작품이 무엇이며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인지 등 이야기를 나누며 조율 중이죠. 어떤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조급하게 다음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준비하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 소중하게 다가가고자 해요.”
사진 제공 : PL엔터테인먼트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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