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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YAM] 세상을 구원할 노래, 뮤지컬 '하데스타운'과 함께 잔을 들며

 

고대 그리스 시대는 물론이고,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를 거쳐 지금 이 순간까지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직간접적인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신과 인간, 영웅과 괴물 등 수많은 이들이 등장하지만 하데스타운은 그중 가장 유명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 두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다. 꽃밭을 산책하던 고운 여인, 패르세포네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지하 세계로 납치해 자신의 아내로 삼은 명계의 왕, 하데스. 죽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내려와 리라를 연주하며 에우리디케를 돌려줄 것을 간청했으나,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어기고 말아 그녀를 두 번 잃어야 했던 뮤즈의 아들이자 음악가, 오르페우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신들의 전령이자 나레이터, 헤르메스.

 

신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으나 하데스타운의 내용은 신화와는 사뭇 다르다. 에우리디케는 독사에 물려 지하 세계로 떨어지는 대신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기차에 올라 지하로 향하고, 오르페우스는 리라가 아닌 기타를 들고 철길을 따라 그녀를 찾으러 간다. 하데스는 지하에 거대한 공장과 철길을 만들고 장벽을 세워 하데스타운을 짓고, 페르세포네 역시 와인과 모르핀을 들고 신나게 춤을 춘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객석을 향해 첫마디를 건네는 헤르메스의 목소리로 극은 시작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관객이 함께 호응할 수 없던 2021년의 초연과는 달리 이번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헤르메스의 선창에 응답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헤르메스는 각 인물들을 소개하고, 그에 화답하듯 배우들은 객석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신들 사이의 유일한 인간, 오르페우스만이 객석의 환호를 듣지 못한 듯 제 할 일을 하다 헤르메스의 인도를 따라 인사를 건넨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사랑에 빠지고, 지상으로 돌아온 페르세포네는 지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상의 생명력과 따스함을 마음껏 즐긴다. 함께 술잔을 나누며 고조됐던 분위기는 긴 경적과 함께 땅이 진동하며 멎는다. 사랑하는 아내를 찾으러 온 하데스의 존재는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페르세포네가 지하로 향하며 한순간 뒤바뀌어 버린 지상의 흐름을 되돌려 놓기 위해 오르페우스는 작곡에 열중하고, 추위와 허기를 견디지 못한 에우리디케는 하데스타운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변해 버린 하데스의 모습과 하데스타운의 경직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페르세포네는 와인과 모르핀에 취해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하데스는 자신이 손에 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굳건한 장벽을 쌓는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사진=에스엔코 제공

 

뒤늦게 에우리디케의 부재를 깨달은 오르페우스가 그녀의 뒤를 쫓아 지하로 향하며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하데스타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넘버인 'Wait for me'를 부르며 오르페우스는 한없이 긴 길을 걷는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조명을 지나 간절한 목소리로 굳건한 장벽마저 열고 에우리디케를 다시 만난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에게 간청한다. 혼자가 아니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사진=에스엔코 제공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일깨운 과거의 감정과 사랑. 하데스는 지하에 꽃을 피워내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다시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오르페우스의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Epic 3'이다. 1막부터 오르페우스가 그토록 완성하려 했던 곡은 하데스타운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 뒤틀린 세상을 바로잡을 사랑 노래를 완성했으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역시 지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길을 걷는다. 어둠 속을 울리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그저 에우리디케가 자신의 뒤를 따를 것이라 믿고 또 믿으며. 하지만 몇 번이나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르페우스는 결국 뒤를 돌아 에우리디케를 바라보고, 에우리디케는 그렇게 다시 하데스타운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라고 수도 있는 결말이다. 하지만 닫히는 기차의 너머에서 건네는 에우리디케의 마지막 인사 뒤에 이어지는 헤르메스의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슬픈 노래. 슬픈 이야기. 그럼에도 우린 다시 부르리라. 중요한 것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그렇게 그들은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꿈꾸며.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오는 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에디터 손지혜 yamstage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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