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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얌, Talk] ‘삼총사’ 이래서 엄유민법, 젊음을 연기하다

배우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이들의 이름을 줄여 ‘엄유민법’이라 부른다.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엄유민법이 뮤지컬 ‘삼총사’ 10주년 공연으로 다시 뭉쳤다.

지난 3월 16일 개막한 ‘삼총사’는 알렉산드로 뒤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삼총사’를 원작으로,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이다.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는 각각 달타냥,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역으로 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엄유민법은 무대 위 젊음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촌뜨기’ 달타냥은 삼총사 앞에서도 기죽는 법이 없다. 그의 도발은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를 당혹케 한다.  또 연륜과 함께 장착된 여유는 무대에서 자유롭게 노닐게 했으며 재치로 무장한 애드리브는 순간순간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리며 유쾌함을 더한다.

 


‘사랑꾼’ 달타냥의 진가는 콘스탄스 곁에 있을 때 제대로 드러난다. 시도 때도 없이 펼쳐지는 애교에 때로는 손발이 사라질 것 같은 오글거림을 느끼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애교에 금세 사로잡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달타냥을 연기하는 엄기준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 묻어나고, 순수함으로 무장한 그의 연기는 이제 막 사랑에 빠진 달타냥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사랑꾼 달타냥은 그렇게 엄기준과 만난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사랑꾼으로 거듭난다.

유준상과 만난 아토스는 나이 공격에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져 버리기 일쑤지만  ‘온도차’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존재만으로 ‘멋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그의 애티튜드는 ‘전설’로 기억될 아토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라미스, 포르토스는 그런 아토스를 개구쟁이로 쉽게 바꿔놓는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우면 객석에서도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멋짐’의 정석을 보여준 그가 이토록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니, 관객도 무장해제 당할수밖에.

아토스의 ‘온도차’는 사랑 앞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총사의 사명’으로 지켜주지 못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미안한 마음과 애틋함을 녹여낸 절규는 심장을 움켜쥐게 한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유준상은 이러한 감정의 간극도 자유롭게 오고가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 올린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연기에, 관객 역시 아토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아라미스는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입을 열면 달콤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여심은 이미 그의 손 안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오페라 가수 출신 아라미스는 민영기와 만나 매력 지수를 높여 나간다. 노래하는 민영기는 가창력으로 관객을 휘어잡고, 섬세한 연기력으로 아라미스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다듬는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순간, 그는 이를 놓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내가 아라미스’라는 것을 제대로 입증해 보인다.

 


포르토스는 감수성이 풍부하다. 의외가 아닐 수 없다. 김법래는 저음을 활용해 포르토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울고 싶지만 눈물을 참아야 할 때, 포르토스는 홀로 눈물을 터뜨린다.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의 눈물은 아토스를 향한 포르토스의 진심을 엿보게 하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다.

 


‘깨방정’도 빼놓을 수 없다. 매사 진중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포르토스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깨방정을 떨며 웃음을 터뜨린다. 싸움을 부추길 때, 세상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귀여움을 한껏 뽐낸다. 해적 출신 포르토스는 존재만으로 두려움을 자아내는 인물이지만 김법래는 여기에 귀여운 한 스푼을 더해 관객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그의 매력 어필은 오늘도 성공적이다.
 
10주년 공연은 엄유민법의 지난 10년을 다시금 바라보게 했다.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는 연기력을 다지고 재치를 겸비하고, 환상의 호흡을 맞춰나가며 세월과 함께 성장했다. 무대가 이를 증명해줬고, 엄유민법은 한 판 제대로 놀며 의미 있는 공연을 만들어나갔다.

 


환상의 호흡은 애드리브 풍년인 ‘총사 테스트’에서 꽃을 피웠다. 포르토스는 달타냥에게 “아버지가 총사였다고?”라는 질문을 건넨다. 아버지의 이름을 묻기 위함이지만 그는 여기에 “그러면 어머니 성함은 어떻게 되느냐”라는 새로운 질문을 추가해 달타냥의 재치를 테스트한다.

애드리브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도 할 수 없다. 누구도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홀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 애드리브가 시작되면 기상천외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방심하다간 웃음이 터져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날도 마찬가지. 아토스는 웃음을 터뜨렸고, 끝내 어머니 이름을 말하지 못한 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넘어갔다.

‘10년의 인연’은 찰떡 호흡으로 이어졌다. 달타냥으로 분한 엄기준이 집요함으로 아토스를 공격(?)한다면 아라미스, 포르토스를 연기하는 민영기와 김법래는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이처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은 엄유민법의 ‘쿵’하면 ‘짝’하는 호흡은 더없이 아름다운 연기 앙상블을 만들어내며 관객의 기대에 응답했다.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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