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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터뷰

[인터뷰YAM #2]오인하 “‘비클래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이길”

시즌을 거듭할수록 변화는 불가피하다. 전 시즌보다 나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버릴 것은 버리고, 추가할 것은 추가하며 모양새를 다듬어나간다. 이번 연극 ‘비클래스’ 공연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관객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위로’의 메시지일 것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중 인물의 목소리에 관객은 이로 말할 수 없는 벅찬 위로의 순간을 맞이한다.

“수현이가 환이를 위로하는 방식, 치아키가 택상에게 힘을 주는 방식, 환이가 택상이를 설득하고 수현에게 손 내미는 방식이 다 달라요. 다양한 사람들이 보기에 여러 각도에서 와 닿는 대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와 닿기보다는 제가 그런 다양한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비클래스’를 준비하며 자기 위로, 연민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던 오인하는 극중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하고 싶은 일‘을 택했다. 그는 “굉장히 변질된 의미로 ’하고 싶은 일‘을 택하면 책임감 없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 오인하 답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요. 감내해야 하는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둘 중 어떤 선택이 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마치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 용기 있는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그래서 계속 압박하고 다그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을 선택해도 본인이 선택한 것에 대한 칭찬을 해줬으면 해요.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잖아요. 그 고민은 박수 받아 마땅해요.”

 


그렇기에 오인하는 한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이 내린 결론은, 저마다의 고민이 담긴 선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연출의 입장은 그렇다 해도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 입장은 또 다르다. 다른 인물보다 더 극중 인물을 애정 해야 하고, 알아가야 하고, 가까워져야 하니 말이다.

“배우들이 개별적인 고민을 가지고 저를 찾아온 적이 있어요. 그때 그랬죠. 양지원 배우가 찾아오면 ‘지원아, 나는 작가로서 이 작품에서 수현이가 가장 아픈 손가락인 것 같아. 그 아픔을 네가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어요. 흔히 그렇잖아요. 눈앞에 처한 일이 너무 크게 느껴져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기 힘든 것처럼,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예요. 연출 입장에서는 다 똑같이 소중하죠. 딱히 한 친구에게 마음이 쓰이고 그러지 않아요.”
 

 

 


모두 아픈 손가락이 분명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다를 뿐, 그 아픔과 상처는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안쓰럽기만 하다. ‘비클래스’를 보고 난 뒤 유독 눈길이 가고, 오랫동안 잔상을 남긴 인물이 있다. 바로 치아키다. 친구를 위해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밴 이 아이는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만 내뱉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 마음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생각해보면 관객에게 가장 많은 위로를 주고 관객 마음에 남는 인물은 치아키예요. 보기에는 결핍이 있고 부족함이 많은 친구인데 관객에게 가장 큰 위로를 전해주죠. 치아키는 A클래스, B클래스를 뛰어넘는 인생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또 선택권이 없어 B클래스에 왔을지도 모르죠. 물리적인 등급의 선택이 아닌, 다른 것을 좇아도 그것이 잘못된 인생은 아니잖아요. 치아키를 통해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중에도 없었던 것들을 말이죠.”

치아키가 선사한 위로가 특별하게 다가온 까닭, 오인하의 설명이 더해지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연출로서 그는 ‘비클래스’를 통해 어떤 위로를 받았을까. 오인하는 “위로보다 즐거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출은 비판하고 보완점을 찾아야 하는 직업이기에 100% 만족하는 공연은 없다고 말한 그는 “인간적으로 배우들의 노력, 스태프의 노고, 관객의 성원에 기립하게 된다. 위로라기보다는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했는데 일정부분 결실을 맺고 보상을 받은 것 같아 즐겁다”고 강조했다.

 


“‘비클래스’를 본 관객이, 다른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공연이기 바라요. 이 공연이 어떤 작품인지 알지도 모른 채 제가 한 말 때문에 공연장에 와 시간과 돈을 쓰기 보다는 먼저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더 잘 알 것 같아요. 꿈을 꾸거나, 추억을 되돌아보거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분들이라면, 혹은 그런 주제로 한 작품을 찾아본다면 한 번쯤은 봐도 좋지 않을까요?”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았다. 연출 오인하의 필모그래피는 현재 진행형이다. 더 많은 작품을 해여 자신이 어떤 연출인지 확답할 수 있을 거라던 그는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 건물을 짓는 사람 중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이 바라는 연출의 모습을 보여줬다. 오인하는 “연출로 멋진 고층 빌딩을 짓고 손을 떼기보다는 자연과 맞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 돼 있는 정원사 같은 연출이 되고 싶다”고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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