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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1] ‘더픽션’ 박규원, 도전에서 사랑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 작가님의 팬이었습니다.’ 무대가 돌아가고 과거로 이동한다. 무대에는 한 작가가 있다. 정신없이 타자기를 치는 그는 이번에도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까,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뮤지컬 ‘더픽션’은 1932년 뉴욕을 배경으로 연재소설 작가 그레이 헌트와 신문기자 와이트 히스만, 형사 휴 대커의 이야기를 전하는 3인극이다. 극중 그레이는 ‘한 줄의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가슴 따뜻한 인물이다. 새로운 그레이 헌트로 합류한 배우 박규원과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처음 제의받았을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레이 헌트는 박규원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드러날 수 있는 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죠. 개인적인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야심차게 만들어져 재연까지 올라온 작품이 저로 인해 안 좋은 평을 받을까 걱정이 됐어요.”

 

 


확실히 그레이 헌트는 이제껏 박규원이 맡아온 캐릭터와 결이 달랐다. 그는 “평소 책임감이 강해 더욱 걱정했다”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진중한 목소리에서 극 중 인물을 맡음에 긴 고민의 시간이 있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그레이 헌트를 받아들이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는 다름 아닌 제작사 이사였다.

“이사님이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당장은 어렵고 힘들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해낼 거라고 하셨어요.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역할을 통해 배우 박규원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이사님의 그 말씀과 더불어 연습하는 동안에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그는 자신의 합류가 ‘신선함’이 아닌 ‘틀림’으로 다가올까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접하며 만나게 된 그레이 헌트는 박규원과 그리 먼 존재가 아니었다. 박규원은 극중 인물에 대해 “나와 많이 닮았다”고 운을 뗐다.

“그레이 헌트도 10년 동안 무명작가였고 저도 긴 시간 무명배우로 지냈어요. 극 중 그레이가 ‘내 책이 정말 세상에 나온단 말이지’라는 말을 하는데 그 대사를 정말 좋아해요. 저도 그랬거든요. 저 역시 좋은 작품을 만나 이름을 남겼으니까요. 제가 혼자 공유하던 감정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공연을 하면 할수록 그레이와 닮았다고 느껴요. 그레이에게 성이 있다면 박 씨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그레이라는 역할을 사랑하게 됐어요.” 박규원은 눈을 반짝였다. 극중 인물에 대한 애정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더픽션’은 그레이 헌트가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를 집필하고 10년이 지난 시점부터 그려진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레이 헌트의 가려진 10년을 궁금해한다. 이에 박규원은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연 그레이의 과거는 어땠을까’라는 궁금증도 있었어요. 혼자 재미나게 상상해 본 부분인데, 그레이는 사실 굉장한 부잣집 자제였던 거예요. 그러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난 후 작가 생활을 이어간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었던 거죠. 그레이가 단순한 무명작가에 불과했다면 다른 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극중 인물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전제 조건을 두고 바라보니, 그의 전사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작품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 그레이 헌트와 편집기자 와이트 히스만, 형사인 휴 대커. 그레이는 와이트와 감정을 주고받는다. 이번 공연에서 박규원은 와이트 히스만 역할의 유승현, 박정원, 황민수와 호흡을 맞춘다.

 


박규원은 각각의 와이트에 대해 “유승현 배우는 무섭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적으로 박정원 배우는 따뜻하다. 황민수 배우는 그레이를 향한 마음이 가장 사랑스럽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유승현과는 전작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더블캐스트로 무대에 오른 바 있어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파가니니를 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승현이를 ‘유선배’라고 불렀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친구거든요. 그래서 ‘상대 배역으로 감정이 부딪혔을 때는 어떨까’라는 설렘이 있었어요.”

 


세 명의 와이트가 모두 다른 느낌을 주는 만큼 박규원의 그레이도 다른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그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건 ‘인간의 따뜻함’”이라며 “우리 작품이 기자와 작가라는 직업을 소재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선하고 따뜻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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