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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2] 이용규, 처음의 순정

이용규는 최근 개막한 뮤지컬 ‘루드윅’에서 1인2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앞서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 인물을 연기한 바 있다. 다중인격 인물을 연기했던 경험이 1인2역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지금, 어떤 도움이 됐을까. 이용규는 두 작품과 맡았던 인물의 공통점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터뷰’에서 맡은 싱클레어도 외로움이 많은 아이였어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누나밖에 없었죠. 와중에 새아버지의 폭력에 큰 상처를 입어요. 그러한 아픔을 겪으면서 다양한 인격이 파생된 거고요. 두 작품 모두 외로움이 포인트예요. 물론 그 외로움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다른 외로움,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한 연기 경험이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에요.”

 

 


그런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용규는 자신의 이미지가 ‘우울함’에 가깝기에, 외로움이 많은 인물을 주로 맡게 되는 것 같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저는 외롭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즐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극 중에서는 늘 죽고, 죽이고, 미쳐 있다”고 하소연했다. 죽고, 죽이고, 미쳐 있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이용규는 “이미지 때문에 그러한 역할만 제안이 들어오는 건가 싶더라. 아니면 이전 작품에서 제가 그러한 인물을 잘 표현해 좋게 봐준 건지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이용규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추정화 연출의 작품에 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용규에게 추정화는 연기 선생님과 같았다.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없었던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고, 배우로서의 삶에 용기를 복돋아 준 이가 바로 추정화이기 때문. 이용규는 “저도 알지 못한 배우로서 저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끄집어내주는 분이다. 늘 새로운 자극을 준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추정화 못지 않게 좋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 또 있었다. 바로 김수로다. 이용규는 대극장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다. ‘스위니토드’만 하고 배우 생활을 그만두려 결심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는 김수로의 이름을 언급했다. 대극장 공연에서 앙상블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러나 인간 이용규의 삶은 자꾸만 자꾸만 힘들어졌고, 배우로서의 삶마저 포기하게 했다. 그 순간, 김수로가 이용규에게 연락해 ‘인터뷰’ 출연을 제안했다.

“친한 형이 ‘인터뷰’를 만들었어요. 그때 대외 투고를 하는데 제가 가이드 녹음을 도와줬죠. 그 녹음을 하고 실제 ‘인터뷰’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긴 거예요. 신기했죠. 포기하려고 했는데, 포기하지 말라고 자꾸 기회를 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주는 대로, 이끄는 대로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말이죠.”

 


이후 이용규는 창작 뮤지컬 무대에 끊임없이 오르며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처음, 그 설렘이 그를 자꾸만 창작 뮤지컬로 이끌었다. 이용규는 “처음이 좋은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반을 제가 하는 것”이라며 “정말 재미있다. 생각한 것을 나누고 회의하고, 분석하고, 또 그 분석이 틀리면 더 공부해야겠다는 자극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어느 순간 그 과정들이 정말 재미있더라. 물론 좌절하고 부딪히는 순간도 많지만 그 안에서 제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을 느껴요. 좌절하는 게 맞는 거고, 그래야 다시 딛고 일어날 힘이 생기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창작 뮤지컬 작업은 힘든 게 당연해요. 그 힘듦이 저는 참 좋더라고요.”

 


이용규는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매 순간 노력했다. 관객 반응이 이를 증명하듯 그는 배우로서 성장을 거듭해 나갔다. 그런 배우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했다. 그럼에도 궁금했다.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을 만큼, 생각이 나는 인물이 있는지 또는 작품이 있는지.

“‘스모크’의 해가 그래요. 트라이아웃 공연만 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때 정말 바닥을 찍었어요. 너무 어려웠죠. 할수록 이해가 안 됐던 것들이 이해가 되고, ‘이거구나!’ 깨달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정말 좋았어요. 저를 성장하게 도와준 아이가 바로 극 중 인물인 해예요. 그 친구를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어요. 초도 매력적이고, 홍도 매력 있지만 시작의 반을 함께 한 인물이 해라 애착이 가요. 또 그간 연기한 친구들 모두 무언가 결핍돼 있어요. 고통받는 아이들이죠. 그래서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다 다시 하고 싶네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 무대에 오르기 전 설렘,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이용규와의 인터뷰는 ‘천상배우’ 이용규와 만나게 했다. 타고난 배우라는 칭찬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사래를 치며 갈 길이 멀었다고 말했다. 그런 이용규의 최근 관심사는 연기에만 한정돼 있지 않았다. 가끔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린다던 그의 일상은 배우 이용규가 아닌 인간 이용규를 떠올리게 했다.

“최근에는 영상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3D 기법인데, 컴퓨터 작업을 통해 영상에 배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것을 배우고 싶어서 컴퓨터도 새로 장만했는데 막상 하려니 못하겠더라고요. 사진도 간간이 찍고 있어요. 연습실에 카메라 들고 가서 현장 분위기를 담는 거예요. 아쉽게도 ‘루드윅’ 프로필 촬영 날에는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강찬 배우를 그때 처음 봤는데 프로필 촬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메이크업을 받고 나니 테이 배우가 도착했어요. 다 모르는 분들이었고 영상에서만 본 분들이라 찍을 겨를이 없었죠.”

 


‘더캐슬’ 무대에도 오르는 이용규는 휴대전화 가득 옮겨 놓은 프로필 촬영 현장 사진을 하루빨리 공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직 공개할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는 표정으로. 이용규는 ‘랭보’ 무대에 오를 당시, 프로필 촬영 현장 분위기를 담은 사진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배우의 사진 실력은 관객의 흥미를 돋우기 충분했다.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결혼했을 때만 해도 카메라 사용법도 몰랐어요. 그런데도 카메라와 삼각대만 들고 호주로 아내와 한달 동안 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면서 셀프 웨딩 촬영을 했죠. 그때 사진 찍는 법을 배웠어요. 찍는 법부터 구도 잡는 것까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결과물이 좋으면 더 뿌듯하고요. 찍히는 것보다 찍어주는 게 더 좋더라고요. 사랑하는 마음이 담기면 더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다재다능했다. 이용규는 서툴었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인물로 관객과 만날지 모르지만 그는 “배우, 그리고 인간 이용규가 써내려갈 드라마를 재미있게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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