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알앤제이’가 프레스콜을 열었다.
17일 오후 3시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는 연극 ‘알앤제이’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장면시연, 포토타임,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프레스콜에는 배우 손유동, 문성일, 송광일, 손승원, 윤소호, 강승호, 강은일, 이강우, 연출 김동연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오직 네 명의 남자 학생만이 등장하는 ‘알앤제이’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강렬한 일탈과 희열의 순간을 경험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 연출의 한 마디, 두 마디
김동연 연출 : 4명의 남학생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학교에서 금지돼 있는 책을 읽고, 그 연극에 빠져들어감으로써 본인들의 억압된 욕망들이 분출된다. 그 다음의 고민이 시작되는 연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뿐만 아니라, ‘한여름밤의 꿈’ 대사도 나온다. 전체적인 구조는 ‘한여름밤의 꿈’이며, 그 안의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따라간다. 실제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느순간 관객들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그것이 이 공연의 목적이다.
# 작품에 출연하게 된 소감
문성일 : 이 작품에 참여하게 돼 설레기도 했고 겁도 났다. 일단, 교복을 입을 줄 몰랐다. 대본과 오리지널 연출이 쓴 글을 읽고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한 땀을 흘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사 중에 ‘열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 단어에 꽂혔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열병을 겪고 있나’ 싶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이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열병이 활활 불타올랐으면 좋겠다.
손승원 :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겁이 많이 났다. 각자 맡은 분량과 대사가 너무 많았다. 사용하는 소품, 무대 장치가 별로 없었기에 기댈 곳이 없었다. 서로의 눈만 바라보고, 소품은 책과 천 하나만 활용하는 극이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연습할 때도 힘든 점이 많았다. 연습 기간도 짧았고, 외울 대사는 많고. 힘든 것을 이겨내다보니 더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무대 위에서 배우 네 명이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은데 그때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고생 많이 했는데 공연도 올라가고 반응도 나쁘지 않고,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처음 보는 형식의 대본이었다. 도전하고 싶었다. 꼭 1년에 1번씩은 공연을 하자는 목표가 있는데, ‘알앤제이’를 올해 안에 꼭 하고 싶었다. 물론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했던 작품 중 가장 많이 기억에 남고, 가장 많이 고생한 작품이라 벌써 정이 많이 들었다. 입소문 부탁한다. 자부심 있다. 꼭 보러 와주면 좋겠다.
윤소호 : 고전 작품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되게 아름답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알앤제이’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배우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기하는지, 이 무대에서 더 많이 느껴질 것 같다. 저 역시 기대된다. 배우들도 이 작품의 명성에 걸맞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
강승호 : 이 작품을 처음 받았을 대는 ‘이게 뭐지’, ‘되게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할수록 매력적이더라. 공연을 올리고 나서,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도 ‘꿈을 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제 학창시절에, 저도 학교에 다닐 때 규율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규율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가 나올 때 느껴지는 황홀함?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매회 재미있게 하고 있다.
손유동 : 리딩 할 때 들었던 이야기가 첫공 끝나고 생각이 나더라. ‘멀쩡한 교복으로 시작해서, 땀범벅이 된 헝클어진 머리로 나오게 된다. 거기서 오는 희열을 관객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공연을 해보니까 정말 그런 에너지를 관객과 같이 느끼면서, 배우들이 다 같이 희열을 느끼는 공연이 아닌가 싶다.
처음 대본 봤을 때 너무 어려워서 한 번에 다 읽지 못했다. 어렵게 다가와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좋은 친구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잘 만들었다. 앞으로 다치지 않고 끝까지 무사히 공연 마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강은일 : 일단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어려웠다. 한 명의 역할도 어려운데, 세 인물을 다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대본이 정말 두껍다. 그거를 봤을 때, 걱정되더라. 짧은 연습기간 동안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해냈다.
이강우 : 일단,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이 작품을 대본으로 접하기 전에,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런을 도는 것을 처음 봤다. 처음 접할 때 저는 다행이었던 게, 대본을 읽을 때 다른 친구들은 어려웠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이 친구들이 시각화 한 상태에서 보니까 극에 대한 이해가 더 쉬웠던 것 같다. 어쨌든 늦게 합류한 만큼, 좋은 작품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송광일 : 매순간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합니다.
# ‘로미오와 줄리엣’, 극중 사랑에 대해
윤소호 : 보수적인 가톨릭 학교의 명문학생들이지,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아니기에 고민이 많았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연습기간 동안 그것과의 싸움이 치열했던 것 같다. 학생을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감정, 로미오를 연기하는 학생의 감정을, 어느 선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지 의문이 컸다.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웠던 것은 이 작품을 만든 작가님이 대본 앞에 친절하게 많은 글을 적어줬다. ‘이 작품은 결코 동성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결코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그런 식으로 보여줘서는 안 된다. 작품은 이 남학생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역할로 작품에 빠져들 때, 동성애적으로 보인다면 저의 연기적인 방향이 더 달라졌을 것 같다.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겠지만, 저희가 강조하고 보여주고 싶은 확실한 모습은 이들이 이토록 작품에 빠져들고 열망하는 것이 과연 어떤 부분 때문인가, 원초적인 상황에 집중하니까 역할에 빠져들기가 더 쉽더라.
이 작품은 ‘한여름 밤의 꿈’과 동일시 되는 장면이 많다. ‘알앤제이’ 안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마지막 장면에 ‘한여름 밤의 꿈’ 마지막 대사가 나온다. 생각해보면 ‘로미오와 줄리엣’ 책 안에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어떤 곳에서도 막혀서는 안 되며 막힐 수도 없다는 것을, 고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들어 있는 세상의 진리들이 마음껏 펼쳐져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초적인 장면에 더 집중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현실적으로 저도 연출님에게 물어봤다. 배우로서 키스신도 있고, 육체적인 스킨십도 있어 ‘저는 조금 어렵다’고 했다. 연출님이 ‘우리는 동성애 코드가 주된 내용이 아니다. 너란 배우가 연기하는데 있어, 다른 학생을 좋아하는 레벨의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는 건 허용하지만 그것이 주된 것은 아니다. 줄리엣이나 이런 역할을 연기하기에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해서 저 같은 경우는 약간의 감정을 가지고 간다.
손승원 : 같은 입장이다. 맨 앞 장에 보면 작가님이 써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보면서 동성애처럼 보여지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학생 1이 있고 학생2를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적은 없다. 물론 오해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은 것 같다. 학생 1과 학생 2는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을 통해 철저하게 연기하고 있다. 오해의 요소가 없도록 연기하고 있다. 연습하면서도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베어 더 뮤지컬과 연관성 또는 차이점, 필모의 부담
손승원 :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 같은 역할로 공연 했다. ‘알앤제이’ 대본을 보면서 ‘베어 더 뮤지컬’이 한 번도 생각난 적 없다. 보다 보면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베어 더 뮤지컬’ 안에서도 극중극으로 ‘로미와 줄리엣’ 대사가 나온다.
극중 피터는 애초에 남학생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앤제이’는 시작이 남학생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금기와 억압된 상황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큰 아이였다. 그것을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으로 해소한다.. 다른 관점을 두고 접근 한 것 같다.
윤소호 : 일단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 전에 했던 작품들이 지금 하고 있는 작품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알앤제이’와 ‘베어 더 뮤지컬’은 시대가 다르다. ‘베어 더 뮤지컬’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기에,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에 대해 익숙한 시대에 살아가는 학생들이다. 단지 이 나이에 그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인가, 또는 성별이 다른데도 괜찮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알앤제이’는 약 100년 정도 시대 차이가 난다. 그 시대에는 사랑이라는 감정, 어떠한 많은 감정을 글로만 배웠지 체감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친구들이 ‘얘가 날 좋아하나? ‘이 감정보다는, ‘이 책으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자유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작품이다.
# 관람 포인트
김동연 연출 : 특히 이작품은 많은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셰익스피어 대사가 시로 이뤄져 있는 만큼, 작품 전체의 느낌도 시와 같이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질문도 많을 것이다. ‘남자 넷이 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해?’. 이 질문으로 작품을 보면 오독할 확률이 높다. ‘남학생 넷의 이야기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하지?’가 맞는 질문 같다. 여자를 배제하고 남자 줄리엣을 넣은 건 아니다. 남자 넷의 이야기를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로 하려는 것이 본래의 의도다.
아름다운 장면은 관객이 아름답게 느껴야 한다. 또 거친 장면은 거칠게 느껴야 한다. ‘저 장면은 저렇게 아름다웠지’, ‘저 아름다움을 이 친구들도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등 관객과 이러한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한 장면도 스킵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관객과 같이 느끼는 것이, 이 작품을 잘 즐기는 방법일 것 같다. 전체 극장을 무대로 활용하는 것도 관객과 함께 이 울림을 가져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 반바지 의상
김동연 연출 :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사이에 있는 보수적인 학교와 관련해 조사를 했는데 이와 비슷하다.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더라. 긴바지를 입었을 때, 요즘 교복과 비슷해 지는 경향이 있어서 고증에 의해 가져온 것.
한편 연극 ‘알앤제이’는 오는 9월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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