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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터뷰

[인터뷰YAM #2]‘킬롤로지’ 장율, 아버지의 부재가 빚은 슬픔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죽음의 책임을 게임 개발자 폴에게 떠넘긴다. 폴을 찾아가 복수를 계획하며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럴수록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만이 더욱 선명하게 새겨질 뿐이다. 위로 받지 못할 원망만이 메아리 돼 돌아온다.

이번 공연에서 알란 역은 배우 김수현과 이석준이 맡았다. 서로 다른 색을 띠는 두 배우가 그려낸 알란은 그 존재만으로도 관객을 휘어잡는다. 장율은 “일찍 분장실에 도착해 몸도 풀고 대화도 나누고 대사 연습도 한다. 그러면서 그날 컨디션도 체크한다”며 “공연은 매일 다르기에 상대 배우들이 어떤 호흡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는지 확인하고 거기에 제 호흡을 얹으려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두 알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수현 배우의 알란은 굉장히 묵직해요. 엄청난 존재감을 가지고 연기 하죠. 그 자체만으로 믿음이 생겨요. 믿고 맡기는 편이에요. 알란을 표현할 때 어리숙한 면이 보이기도 해요. 뭔가를 찾으려 하고, 무언가를 부여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일 때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그런 아버지들이 현실에도 있잖아요. 자식들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버지들이요. 본인도 그런 사랑을 받은 적이 없어서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지 모르는 거죠.”

반면 이석준이 그린 알란은 김수현이 표현한 알란과 또 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다른 호흡으로 데이비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장율은 “극중 알란에게 마음이 쓰일 때가 있다. 굉장히 따뜻한 마음이 알란을 감싸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아들 데이비를 바라보는 알란의 시선 역시 따뜻해 마음이 절로 움직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티 안 내려고 더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관객이 바라보기에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자꾸만 든다”고 설명했다.
 

 


‘킬롤로지’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폴과 데이비는 대화를 나누거나 눈길을 주고받지 않는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도 데이비는 폴을 느낀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데이비를 연기하는 배우가 폴의 연기에 귀 기울이고 반응한다. 퇴장이 없는 까닭에 배우들은 자신의 대사가 끝나면 정해진 위치에서 다시 자시의 차례가 찾아올 때까지 그만의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에 폴과의 호흡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

“김승대 배우는 감성적인 폴을 그려내요. 자신을 극중 인물에 정말 많이 대입해 작업한 것이 느껴지죠.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투영된 캐릭터다 보니 더 감성적이고, 강력한 펀치로 마음을 움직이게 해요. 폴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 싶었죠. 제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와 달리 감성적으로 폴이 다가왔어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많이 표출되는 폴이에요.”

 

 


김승대와 함께 폴로 무대에 오른 배우는 이율이다. “어쩜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라며 장율 역시 김승대, 이율이 그려낸 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율 배우는 평소 성격도 굉장히 창의적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 하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에 반전이 있다. 연기도 그렇다”며 “예측할 수 없는 폴이 나오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율 배우는 폴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더 억제하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이 터져 나왔을 때는 그야말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돼 버리죠. 관객 역시 그 감정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게 매력이죠. 프레스콜에서 이율 배우가 명랑만화 같다고 표현했는데 정말 그래요. 목소리도 좋고, 워낙 재미있는 분이라 그런지 몰라도 폴이라는 인물을 유쾌하게 풀어냈어요.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유쾌함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무대에서 함께 숨 쉬는 데이비와 폴. 장율 역시 폴의 시간 속에서 공존한다. 폴의 독백이 이어지고, 데이비는 아버지 알란 옆에 앉아 있다. 어느 순간 데이비는 아버지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보고 또 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감추고 다시 덤덤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그 상황에 놓여 보는 거죠. 폴의 대사 속에서 데이비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혼란스러웠겠죠. 폴이 말한 것처럼. 병원 사람들과 싸웠다고 말할 때 데이비 역시 그랬을 것 같았어요. 아버지를 더 챙겨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병원에서는 그러지 못하게 하잖아요. 그러면 데이비도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싸우겠죠. 극중 폴과 데이비가 비슷하게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순간을 찾으려 했어요.”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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