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다. 배우로서 연기는 어색하고 부족함이 많지만,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감정이 고스란히 표정으로 드러난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이 있으면 그를 향해 ‘방긋’ 미소 짓는 것도 잊지 않는다. 관심이 집중되면 더욱 과장된 표정으로 ‘나 연기하고 있어요’라며 화려한 동작을 취한다. 마치 율동을 하듯 대사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전해져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맥스는 그런 사람이에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웃어주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분 좋아지는 인물이죠. 저 역시 그래요. 그런 점이 극 중 인물과 닮은 것 같아요. 함께 있는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해요.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요. 맥스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맥스 이야기가 나오자 김태훈은 무대 위 그 모습 그대로 순박한 매력을 발산했다. 극 중 인물과 공통점을 찾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봤다. 무대 경험이 적은 것, 처음 보는 배우들과 공연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 등. 의외로 맥스와 김태훈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연습하는 과정에서 들은 말들을 모두 다 받아들였을 거로 생각해요. 맥스처럼 저도 연습실에 들어서면 고집을 버리고 해주는 이야기는 다 받아들이고 그것을 연기로 표현했죠. 무대가 무너질 때의 신기함과 즐거움까지, 극 중 인물과 닮고 싶었어요.”
연기해 본 적 없는 맥스는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무대에 오른다. 그것도 1인 2역으로 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떤 이유로 그는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무대에 오를 각오하게 됐을까. 김태훈은 “일상이 따분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굉장히 똑똑한 친구예요.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과학과 수학은 잘하는데 일상생활에서는 길을 잘 못 찾는 것처럼, 똑똑한데 허술하기까지 한 그런 친구죠. 맥스의 삶은 변화가 없어요. 정해진 삶을 사는 거죠. 그러한 삶에 지루함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러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무대에 서는 일을 찾은 거 아닐까요?”
무대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변수는 늘 존재했고 그 앞에서 배우들은 망연자실하기도, 또 극복의 의지를 불태우며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만들려 애를 써야 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맥스는 당황한다. 특히 산드라와의 스킨십이 그렇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관객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발산하며 두 사람을 지켜본다.
“맥스는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온 친구예요. 부모님이 공연, 그리고 예술 쪽에 발을 들이는 것을 심하게 반대했을 거예요. 연애 경험도 전무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처음 서는데, 사람들도 많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스킨십하기 쉽지 않았겠죠. 근데 또 공연은 잘 마무리해야 하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어나가야 해죠. 그 거리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곧잘 한다. 상황은 엉망으로 흘러가지만, 맥스는 정해진 대사를 처리하고 다음 상황을 연기한다. 무대에서 융통성 있는 배우다. 물론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며 뿌듯해한다. 만족감을 숨기지도 않는다. 그대로 드러내고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 첫 무대는 엉망진창이 돼 버렸지만, 맥스는 괜찮다.
“이 친구가 다음에도 무대에 설까? 저 역시 그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특히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맥스 역시 이번 공연이 망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다 쓰러진 무대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는데, 그 사이로 관객들 표정이 보이잖아요. 관객들이 웃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맥스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맥스는 다음에도 무대에 오를 것 같더라고요. 삶이 지루해서 연기에 도전한 거잖아요. 용기 있는 인물이죠. 그렇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됐어도 계속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갈 것 같아요.”
김태훈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갈 것 같다’는 말에 힘을 실어 강조했다. 자신 역시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라도 하듯, 맥스의 마음에 감정을 한껏 이입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공연 횟수가 늘어갈수록 실수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한 실수가 모여 완성되는 작품이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니 우리가 만든 실수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돼 있더라”라면서 “좋은 분들과 작업하다 보니 배우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저의 부족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 그래서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마음을 전했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삶의 자양분을 찾으려고,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공연 관람에 방해가 돼요. 얻을 것도 못 얻고 가게 되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웃고, 즐기고 나면 몸이 한결 더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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