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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소식

[얌, Talk] ‘1446’ 박유덕, 만인을 품은 케미 요정

배우 박유덕이 케미 요정의 면모를 드러냈다. 누구와 붙어도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극을 풍성하게 다듬어 나갔다.

박유덕은 지난달 5일 개막한 뮤지컬 ‘1446’에 출연 중이다. 그는 극 중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에 근간을 두고 창의와 혁신을 구현했던 세종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1446’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왕이 될 수 없었던 충녕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한글 창제 당시 세종의 고뇌와 아픔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종대왕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 내 사람, 같이 있어 행복하다

장영실과 만난 순간 세종으로 분한 박유덕의 매력은 배가 된다. 케미가 폭발한다. 세종과 장영실의 첫 만남은 무겁고 답답하게 짓눌렀던 가슴을 잠시나마 ‘뻥’ 뚫리게 한다. 유쾌함을 넘어 흐뭇함을 자아내는 장면은 세종과 장영실의 특별한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두 사이를 끈끈하게 여미고 있는 신뢰의 바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궁금증을 더한다.

‘왕의 길’은 세종과 어울리는 길이 아니었다. 적어도 양녕이 왕세자로 있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렇기에 세종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왕의 길’에 어리둥절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대부의 목소리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바빴고 태종의 호통에 자기 뜻을 수없이 꺾어야 했다. 그때 만난 장영실은 세종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희망. 뜻이 통하는 벗을 만났을 때의 환희는 세종을 웃게 했고, ‘농’을 건네며 잠시 정치는 잊고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장영실과 첫 만남에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박유덕의 매력은 그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했을 때, 세종이 보여준 매력은 또 다른 결로 다가온다. 관객을 매료시킨 애틋함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

세종은 장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자신의 입으로 장인이자 영의정 심온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러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죄책감’이 세종의 가슴을 천근만근 무겁게 했다.
 

 


소헌왕후의 슬픔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슬픔의 무게는 물론이고 소헌왕후가 안고 가야 할 상처의 크기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없는 그였다. 소헌왕후 역시 세종의 이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박유덕이 빚은 애틋한 케미에 이를 지켜본 관객 역시 매 순간 찢어지는 고통을, 안타까움을 느끼며 눈시울을 붉히기 바빴다.
 
# 적인가 동지인가, 모두가 전하의 백성

케미는 비단 내 편일 때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적인지 동지인지 헷갈리는 순간, 혹은 적이라 확신한 순간에도 빛나는 것이 바로 ‘케미’다. 박유덕은 세종을 통해 ‘만인을 품은 왕’이 면모를 드러내며 케미 요정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그와 적대 관계에 놓인 인물이라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만큼, 인자함으로 무장한 세종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앞서 소개한 인물들과 달리 ‘1446’에서 세종과 라이벌 관계에 놓인 인물은 다름 아닌 전해운이다. 역사 속에는 없지만 세종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전해운은 모두가 반대할 때 세종에게 몰래 책 한 권을 남겨주는가 하며, 조선을 위해 정치적인 힘을 보태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아무도 모를 거라 확신했던 그 의도를, 세종은 진즉에 눈치챘다. 이를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지켜봤다. 서늘한 눈빛에 서린 슬픔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말이다. 외려 그의 ‘복수’와 ‘원망’이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라 말하며, 전해운까지 자신의 백성으로 품었다.

이처럼 ‘케미 요정’으로 분한 박유덕의 활약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1446’이 보여주고자 한 세종의 애민정신과 인간 ‘세종’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달하는 장치로 제대로 활용됐다. 더불어 극장을 찾은 관객의 마음마저 사로잡으며 ‘1446’의 흥행에 힘을 보태는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 HJ컬쳐, 얌스테이지DB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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