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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2]‘번지점프를 하다’ 이휘종,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빈은 혼란에 빠졌다. 나는 나인데 내가 아니다. 인우는 현빈을 태희라 불렀다. 태희로 불리는 순간,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경험한 적 없지만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기억이 현빈을 당혹케 했다. 혼란의 순간도 잠시, 그는 태희의 기억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인우 앞에 섰다. 다시 만나게 된 태희와 인우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러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우의 아내, 혜주, 그리고 극에 등장하지 않는 현빈의 부모님이 걱정됐어요. 물론 이들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래도 생각나지 않도록 더욱 제가 태희로 보이게 연기해야 했어요. 관객을 설득하려면 제가 현빈으로 무대에 서지만 그 안에서 태희가 더 크게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습하면서 ‘번지점프를 하다’의 환상에 빠지니까 부담감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이휘종은 현빈의 선택을 존중했다. 자신의 삶이 아닌 기억 속 태희 삶을 선택한 극중 인물에 공감했다. 인우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현빈의 선택에 이휘종은 “만약에 나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것 같다. 다른 이들을 설득시키려 노력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환생에 대해, 내가 태희고 태희가 곧 현빈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17세 현빈의 몸에 태희라는 기억이 들어왔고, 그 몸이 영원을 약속하러 가는 장면이 ‘번지점프를 하다’의 결말이에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 공연을 매력이라 생각해요. 그걸 가능하게 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음악의 힘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러면 현빈이는 불쌍해서 어떻게 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건 공연을 본 후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에요. 현빈이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그만큼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강했던 거고, 지워지지 않고 잊히지 않았기에 다시 환생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5년 만의 귀환이다. 기다린 만큼 반가움도 배가 됐다. 배우들 역시 오랜만의 재회에 벅찬 감동을 느꼈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삼연 무대를 준비했다. 관객도 다르지 않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꺼내 ‘번지점프를 하다’ 넘버를 듣곤 한다. 또 ‘기다려 혹시 늦어도’라는 문장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꼭 네게 달려갈게’라며 태희와 인우의 사랑을 떠올린다.

“배우들이 작품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 관객에게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이번에 무대가 넓어졌는데 큰 무대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만큼 더 상대방에 집중하고 섬세한 감정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배우들의 이런 마음이 관객에게도 잘 전달 될 거라 믿어요. 모두 다 작품을 아끼지만 특히 강필석 배우가 제일로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웃음)”

 

 


처음 ‘번지점프를 하다’ 넘버를 들었을 때, 좋았던 기억을 그대로 품은 채 무대에 오른 이휘종은 극중 인물의 넘버 중 ‘내 잘못이 아니야’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첼로 연주에 압도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란에 빠진 현빈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말하는 단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특히 더 좋아한다고.

“작곡가님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Act2 Finale’를 다 같이 눈 감고 부른 적 있어요. 듣고 있으면 정말 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물 흐르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나무 잎 흔들리는 소리, 새소리가 다 표현돼 있어요. 처음 느껴봤어요. 이렇게 배우의 목소리가 더해져 자연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정말 좋은 노래라 생각해요. 물론 다른 넘버들도 다 좋아요.(웃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작품을 향한 배우 이휘종의 애정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소중하다’는 말이 몇 번이나 흘러 나왔는지 모를 정도. 작품 못지않게 함께 한 배우들에게도 존경심을 표한 그의 마음에 절로 눈길이 갔다. 확실히 이번 무대를 통해 이휘종은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아직까지도 너무 믿어지지 않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스스로 대견스럽기까지 하죠. ‘이휘종 너도 뮤지컬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삼연의 부담감도 알게 됐죠.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과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 또 좋은 노래와 한 회 한 회 소중히 작품을 대하는 배우들을 보러 꼭 와줬으면 해요.”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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