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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1]‘번지점프를 하다’ 이휘종, 소중한 이 마음이 닿기를

아끼고 아꼈다. 그리고 비로소 모두 앞에 선보이게 됐다. 배우 이휘종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삼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을 소중히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혹여 작은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매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소중한 이 마음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번지점프를 하다’는 지난 2001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17년 전 첫눈에 반해 사랑해 빠졌던 태희와 안타까운 이별을 한 후, 그를 잊지 못하고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남자 인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중 인우는 학생 현빈을 만나면서 과거 태희의 흔적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학생 현빈 역을 맡은 이휘종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소중하고, 또 소중하여라

“지난 공연을 보지 못했어요. 당시 저는 군인이었고 제대하고 나서야 작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가봐’와 ‘그게 나의 전부란 걸’ 넘버가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나요. 예전에 달컴퍼니와 뮤지컬 ‘보이즈 인더 밴드’라는 리딩 공연을 한 적 있어요. 그때 저를 기억하시고 연락을 주셔서 함께 하게 됐어요.”

기회는 쉽게 잡을 수 없다. 준비하고 기다린 자만이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휘종은 그렇게 ‘번지점프를 하다’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의 노래 실력에 부족함을 깨달았고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배움으로 빈 곳을 채워나갔다. 연습은 힘들지 않았다. 그토록 서고 싶었던 무대였기에 고된 연습은 즐거운 나날로 다가왔다.

 


“연습실 가는 길이 정말 행복했어요. ‘번지점프를 하다’ 넘버를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부른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처음 연습실에서 강필석 배우와 ‘Act2 Finale’(우린 사랑해야한다)를 불렀을 때 벅찬 감동에 소름이 다 돋았어요. 넘버로만 듣던 강필석, 김지현 배우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정말 행복했어요. 학생 역을 맡은 친구들과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눈에서 꿀 떨어진다’고. 그만큼 좋았어요.”

행복한 만큼 부담감은 커졌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이휘종은 그러한 기분은 첫공 날의 ‘떨림’과 비교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갔을 때 정말 많이 떨었다. 이 노래를 내가 부른다는 것도 떨렸고,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작품을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도전 과제가 스스로에게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공에서 긴장한 탓에 폴라로이드 사진을 두 번 찍는 등 실수가 이어졌다.
 

 


“배우가 무대에서 떤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자중해야 하죠. 반성합니다. 초·재연 무대 경험이 있는 강필석, 김지현 배우만 믿고 공연을 해도 됐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한 것들이 마음에 남아 긴장했던 것 같아요. 아직 스스로 완성된 느낌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보여줘도 괜찮은 건가 걱정이 됐어요. ‘틀리면 어떻게 하지’,‘나는 못 하는데’라는 생각에 떨었던 것은 아니에요.”

이휘종은 학생 현빈 역을 맡았다. 다시 교복을 입었다. 28세인 그가 교복을 입는 것은 여전히 ‘어색’한 일이었다. 게다가 17세 학생 연기까지 더해지니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다. 그 안에서 이휘종은 자신이 전달할 수 있는 ‘풋풋함’을 찾아 나섰다. 고민은 계속됐고 같은 역에 캐스팅 된 배우 최우혁과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아나갔다. 많은 것을 시도하려던 그의 욕심이 틀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 드디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현빈과 태희, 그리고 인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 친구가 생각났어요. 리더십도 강하고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모난 구석 하나 없는 친구죠. 현빈이도 그랬어요. 남들에게 질타를 받으면 인정할 줄 알고, 그것을 개선시킬 줄 아는 어떻게 보면 ‘나이스 가이’ 같았어요.(웃음)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태희와 닮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러한 행동을 하기까지 그리고 그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의 생각까지 고려하는 모습이 더 닮은 것 같아요. 대본을 읽을수록 현빈이도, 태희도 정말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2001년 원작 영화가 개봉됐다. 그리고 초연과 재연을 거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야속하게 흐른 세월만큼 ‘번지점프를 하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던, 지금은 불편한 시선이 담긴 단어들이 삭제됐고 수정되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새로움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고 이휘종은 그 방법으로 다른 콘텐츠에 눈을 돌렸다. 선택은 ‘책’이었다.

 


“평소 작품을 분석할 때 그림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티베트에서는 수련하던 고승이 죽어 환생하면 ‘린포체’라고 부른다고 해요. 주인공 소년 역시 린포체였는데, 그 책에 ‘왜 하필 나로 태어났으며, 나를 통해 대체 무슨 수행을 이어가려고 이러는 것일까’라는 문장이 나와요. 소년은 어릴 때부터 환생의 존재를 알았고, 자신이 그 고승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신은 고승이 아니라고 말하죠. 그 과정을 보면서 인우가 현빈 인생에 들어왔을 때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현빈은 알지 못한다. 자신의 바라보는 인우의 표정과 그의 흔들리는 마음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태희와 같은 말을 하고 태희와 같은 동작을 취한다는 사실도. 관객도 알고 인우도 아는 사실을 홀로 모른 채 연기해야 하기에 배우들의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닐 터. 앞서 진행된 ‘번지점프를 하다’ 프레스콜에서 최우혁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휘종은 어떨까.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현빈이도 이럴 수 있고, 이휘종도 이럴 수 있고 그런 거잖아요. 다만 하는 것에 있어 몰랐던 것뿐이고. 그걸 알았을 때도 어렵지 않았어요. 더 어려웠던 것은 태희의 성격을 고등학생인 현빈으로 표현하는 거였죠. 1막에서 인우와 태희를 연기하는 배우들 모습을 무조건 무대 뒤에서 지켜보면서 계속 찾아나가고 있어요.”

현빈과 태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번 공연에서 태희 역은 김지현, 임강희가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휘종은 두 배우의 매력과 더불어 연기 호흡을 주고받을 때 어떤 영향을 받아 현빈 캐릭터가 완성되는지 이야기했다. 두 현빈 만큼이나 태희 역시 종잡을 수 없는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임강희 배우는 개구쟁이 같아요. 강필석 배우와 연기하면 정말 비글미가 넘치죠. 저도 더 짓궂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그런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혜주와 만났을 때나 친구들과 있을 때 더 짓궂게 행동하더라고요. 김지현 배우는 배우들 안에서도 성인군자로 소문났어요. 제가 생각하는 첫사랑의 기억에 가장 적합한 배우, 동시에 태희 모습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외적인 것에 더 집중하게 되죠. 예를 들어 혜주의 반응을 살피는 것처럼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에 서인우라는 선생님이 찾아왔고 그러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고, 아무렇지 않았던 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17세 현빈의 삶이 불안하기만 하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이휘종은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할 때, 밀실 이야기를 하면서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는 확률’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현빈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처음에는 ‘왜 자꾸 나를 태희라고 부르는 걸까’ 싶다가도 기억이 떠오르니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오더라고요. 솔직히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예요. 그 과정이 지나면 미안한 마음이 남더라고요. ‘아직까지 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죠. 너무 슬퍼요.”

현빈의 삶을 흔들고 현빈에게 미안한 감정을 안겨준 인우. 이번 공연에서 인우 역은 강필석과 이지훈이 맡았다. 이휘종은 강필석에 대해 “정말 눈이 깊다. 또 생각하는 것이 다 드러나 좋은 배우라 생각한다”며 “이 대사 한 마디를 내뱉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전부 타당하고 이해된다. 분석을 많이 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존경했던 국어 선생님과 닮은 강필석 인우에 그는 애틋함을 드러냈다.

“공연 중에 저를 자주 봐요. 이건 저 혼자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웃음) 인우가 현빈에게 ‘태희야’라고 부르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의 단계가 공연을 하면서 같이 느껴져요. 항상 그래요. ‘급하게 할 필요 없다. 호흡을 빨리 가져가면 놓치는 부분도 많이 생기니 모두 다 느끼면서 끝까지 잘 만들어 보자’고. 그 말에 동의했어요. 지금도 공연이 끝나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요.”

반면 이지훈의 필석은 호흡이 조금 더 빠르다고. 비슷하지만 다른 두 인우에 이휘종은 어느새 분석을 마치고 자신만의 현빈을 그려내는데 열중했다. 그는 “강필석 배우는 길게 그리고 천천히 자기 리듬을 만들어내는데 이지훈 배우는 호흡이 빠른데도 전체적으로 자신이 가져가야 할 것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챙긴다”며 감탄했다.

“강필석 배우도 그렇고, 이지훈 배우도 그렇고 열정이 넘쳐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쉬운 것들을 이야기하고 ‘이건 조금 더 연습해보자’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 날 리허설에서 연습하고 그래요.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니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요. 이 장면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토론하고 있어요.”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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