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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2] ‘루드윅’ 강찬, 음악이란 감옥에서

재연을 준비하면서 연출 추정화는 강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카를과 베토벤의 갈등을 다르게 바라보는 길. 이전에는 두 사람의 갈등에서, 강찬은 단순히 카를이 느꼈을 미움과 원망만을 바라봤다. 연출의 제안은 삼촌과 조카 관계에서 생성된 끈끈한 사랑, 정을 느끼게 했다. 그는 “카를로서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정말 감정이 주체가 안 되더라”라면서 관객이 느낄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먼저 체험한 소감을 전했다.

“그냥 모든 게 다 싫었을 것 같았어요. 음악도 싫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그런 관점으로 지난 시즌 카를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베토벤이 그에게 음악가로서의 삶 만을 강요하지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삼촌의 사랑을 느낀달까요. 단지 아이의 꿈을 존중해주지 않고 음악을 강요했을 뿐이지. 카를도 그 사랑을 알았기에 이후 자신이 누군가의 대용품이었다는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정말 날 사랑한 게 아니었나 싶은 거죠.”

 

 


베토벤에게 반항하는 카를이지만 마냥 밉지가 않다. 극 중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매력이 녹아들었기 때문일 터. 강찬은 “카를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 있다. 원래는 다른 것을 전공하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이 달라 정말 힘들었다”며 “카를은 그래도 오래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저는 바로 그만두는 편이다. 결정이 빠르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과 달리, 카를은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정말 마음 아픈 생각인 것 같은데 카를에게 음악은 감옥이었을 것 같아요. 온전히 즐길 수도 없고, 어릴 때부터 즐기지 못한 채 잘해야만 한다고 강요당해 왔으니까요. 향유할 수 없는 음악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어요. 본인도 잘하고 싶은데 삼촌의 기대만큼 해내지 못하니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닌 잘해야만 하는, 강박을 주는 존재로 전락해 버린거죠.”

 


카를은 베토벤이 음악으로 번 돈으로 생활했다. 그 역시 삼촌의 인기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도 베토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을 것” 같다던 강찬은 남모르게 애썼을 카를의 마음을 살포시 꺼내놨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기 전까지는 그래도 삼촌을 위해, 그가 바라는 음악을 잘해보려 노력했을 것 같다. 삼촌처럼 음악가로 이름을 알리고, 음악의 대를 자신이 이을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이런 비극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찬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음악을 오롯이 즐기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얼마 전 발매한 음반만 봐도 알 수 있다. 음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수줍게 웃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는 세상 부끄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음악을 향한 그만의 열정을 드러냈다.
 
“아직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저도 뮤지컬을 하고, 음반을 내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마냥 있는 그대로 음악을 즐길 수는 없더라. 다만, 그것들을 잘 해냈을 때와 많은 분이 제 음악에 공감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이 아직은 더 커요. 그렇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저만의 음악을 완성해 가고 있는 과정의 한순간이에요.”

 


베토벤의 삶을 들여다보니, 강찬의 음악이 보였다.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지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던 그에게 ‘루드윅’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찬에게 ‘루드윅’은 그간 맡아온 역할과 작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계기로, 변화의 도화선이 됐다.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관객들도 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봐주시더라. 배우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에요.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배우로서 있는데, 그럼점에서 ‘루드윅’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저에게 늘 새로운 자극을 안겨줘요.”

힘들지만, 배우에게 새로운 자극으로 변화를 꾀하게 만든 작품. ‘루드윅’을 통해 강찬은 관객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자 했을까. 그는 ‘우리는 꿈이라는 옷 한 벌을 걸치고’라는 대사를 빌려 마음을 전했다.

 


“베토벤은 모든 시간 꿈을 좇던 사람이에요. 많은 시련을 딛고 일어나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했고, 그 음악이 후대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인물이죠. 그렇기에 어떻게든 자신의 음악을 카를에게 전해주기 위해 그렇게까지 모질게 굴었는지도 몰라요. 한 인간이 얼마나 처절하게 꿈을 좇고 매달렸는지, 시련을 딛고 헤쳐나갔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참으로 숭고했음을, 아름다운 과정이었음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에요. 그로 인해 관객들도 또 다른 감동을 느끼길 바라요.”

마지막까지 강찬은 홍보의 말들을 놓치지 않았다. 음악이 좋음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만, 그는 허수현 음악감독이 쓴 곡에 베토벤의 음악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찾아가는 재미를 극장에 와 직접 느끼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극이 시작되고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길 희망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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