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1]‘루드윅’ 강찬, 다시 시작된 꿈의 교향곡

지난해 첫선을 보인 뮤지컬 ‘루드윅’ 무대에 올라 청년 베토벤과 조카 카를로 분한 강찬은 더없이 행복한 추억을 한 아름 선물 받았다. 함께한 이들과 나눈 시간은 재연 무대로 그를 이끌었다. ‘다시 함께’. 그 마음으로 초연 무대에 올랐던 이들이 뭉쳤다. 강찬도 빠질 수 없었다.

“조금 일찍 돌아온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작품과 극 중 인물을 소개하는 말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루드윅’ 연습을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강찬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품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놓칠까 쉼 없이 이야기를 털어놨다. 빠르게 쏟아지는 말들 속에서 강찬이라는 배우가 ‘루드윅’을 얼마나 아끼는지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인터뷰를 기록하는 손가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잠시 방황해야 했지만.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삶을 다루고 있는, 용광로 같은 작품이에요. 공연을 보는 내내 귀가 정말 즐거울 거예요. 단순히 베토벤의 업적을 기리지는 않아요. 인간 베토벤의 삶과 고난,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공연을 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산 인간 베토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귀호강’, ‘용광로’ 등의 단어만으로도 ‘루드윅’의 매력을 설명하기 충분했다. 관객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배우는 어떨까. 화려하고 웅장한, 힘 있는 작품이 관객에서 배우로 넘어가면 다른 결을 드러내기 때문에 어떤 답변이 나올지 궁금했다.  “힘들다”라는 말로 강찬은 배우로서 마주한 작품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정말 힘들고, 또 힘든 작품, 그것이 ‘루드윅’이라는 것을.

 


“오늘 공연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할 만큼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진이 다 빠져요. 특히 삶과 죽음의 순간에서 고뇌하는 작품이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죠. 힘듦이 최고조를 찍은 뒤 찾아오는 감정의 해소, 그런 지점이 있기에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루드윅’을 사랑하는데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강찬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없이 행복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연습실 분위기를 묻자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던 모습과 달리 그는 미소를 지으며 훈훈한 현장을 공개했다. “빨리 돌아온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큼 재정비를 탄탄하게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함께 하는 배우들이 있어요. 그들과 호흡도 다시 맞춰야 하죠. 초연을 준비할 때 했던 고민을 다시 함께 되짚어 보면서 점검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특히 베토벤과 조카 카를의 갈등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예전에는 원망과 미움의 감정이 컸다면 지금은 ‘어쩌면 베토벤도 카를을 정말 사랑했고, 카를 역시 그 사랑을 느꼈기에 이후의 배신감이 더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디 이뿐이랴. ‘루드윅’ 공연을 앞두고 강찬은 넘버 추가 소식을 전했다. 그는 “기존에도 넘버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곡이 있다. 기존 곡을 새롭게 해석한 넘버도 만날 수 있다”면서 “기존 배우들의 합도 좋았는데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더 좋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새로운 페어와의 합도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 ‘무대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1인 2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강찬은 카를과 청년 베토벤의 차이를 분명하기 하기 위해 고심했다. 답을 찾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지만 그 길 끝에 놓인 열매는 달콤했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답에 따라 두 인물의 차이는 더욱 분명해졌다.

“청년 베토벤은 역사적 사건을 기반에 두고 움직여요. 청력을 잃고 자살을 하려 하죠. 그러다 마리를 만나면서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워요. 이 모든 장면이 극이 시작되고 10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그려져요. 그야말로 극단적인 상황을 관객에게 보여줘야 하죠. 인물이 느낀 감정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초반에 더 뜨겁고 치열하게 연기해야겠다 싶어 힘을 쏟고 있어요.”

 


청년 베토벤으로 짧은 순간, 무대에서 불태웠던 강찬은 다시금 베토벤의 조카 카를로 관객 앞에 선다. 카를은 청년 베토벤과 또 다른 결을 자랑하면 존재감을 드러낸다. 삼촌과 조카 사이에는 늘 갈등이 존재하고, 그 갈등이 쌓이고 쌓여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우리가 잘 모르는, 베토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카를이에요. 베토벤은 조카 카를을 통해 자신이 다 하지 못했던 음악을, 또 음악의 대를 이어가려 하죠. 카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는 일 사이에서 괴로워해요. 군인을 꿈꾸지만, 베토벤 품에서 성장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음악가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놓여요. 타인의 바람대로, 그의 의지가 아닌 또 다른 삶을 강요당하는 만큼 큰 아픔이 있는 친구예요.”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룬 작품. 그렇기에 강찬은 관련된 자료를 찾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베토벤과 관련된 서적은 찾아 읽었고, 전기와 자료들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인물을 구축해 나갔다. 이후에는 이러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나아가 어떤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작업을 거듭했다.

“작품마다 접근 방식이 달라요. 역사적 인물을 다룬 작품에 참여할 때는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죠. 그렇지 않을 때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 인물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생각하면서 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말이죠. 또 그 인물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이에게 편지를 써본 적도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베토벤의 곡을 많이 들었어요.”

 


많은 자료를 보고,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어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해도 해도 어렵고, 극복해도 결국에는 또 다른 힘듦이 찾아오듯 ‘루드윅’은 한 시도 강찬을 쉬지 못하게 했다. 고심하고 또 고민하는 것은 ‘극 중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기’. 가장 원초적인 고민인 동시에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고민을 안고 이번에도 강찬은 ‘루드윅’ 무대에 오른다.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저작권자 © 얌스테이지 YAMSTAG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