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YAM #1] ‘뱀파이어 아더’ 유주혜, 오늘도 살아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녀는 오늘도 위험천만한 밤거리를 홀로 걷는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속에서 그는 주머니를 털고 아무도 모르게 귀중품을 훔쳐 달아난다. 매일 밤 경찰에 쫓기고, 사이렌 소리에 숨을 죽이며 하루를 또 그렇게 살아간다. 아무도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거리에서 나고 자란 런던의 거지예요. 힘든 생활을 해나가던 중 저택에 들어가면서 아더와 존을 만나고 변하죠. 그들을 통해 따뜻함을 느끼게 돼요.”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는 자신을 뱀파이어라고 칭하는, 그러나 송곳니도 나지 않고 날지도 못하는 아더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엠마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유주혜와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유주혜를 사로잡은 1%의 어떤 것

유주혜는 제작사 연작의 연락을 받고 ‘뱀파이어 아더’에 합류했다. 작품에는 크리에이티브 팀으로 연출 김동연, 음악감독 양주인이 함께한다. 이들의 이름은 유주혜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물론 ‘뱀파이어 아더’의 시놉시스도 출연을 결정짓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흥미롭고, 뻔하지 않은 이야기.

“흔히 생각하는 그런 뱀파이어가 아니었어요. 한 번 더 꼬아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극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송곳니도 없고 날지도 못해요.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창작 뮤지컬이다보니 더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됐어요. 작품이 발전하는데 저 역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죠.”

창작 초연, 그 말의 다른 뜻은 ‘완전하지 않은’이 아닐까. 유주혜는 대본을 처음 읽고 “약간,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완전히 코미디도 아니고, 또 스릴러라고 하기엔 어딘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 그만큼 ‘뱀파이어 아더’가 어떤 콘셉트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지 궁금했다고 그는 말했다.

“극 중 인물들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요. 인물들이 서로를 만나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깊이감 있게 다뤄지길 바랐어요. 무대를 자세히 보면 가구들이 비대칭적으로 이뤄져 있어요. 삐뚤어져 있고, 굴곡도 많아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작품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아닐까 싶어요.”

# 소녀, 오늘도 살아가다…살아냈다

엠마의 매력은 자신을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에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함’이다. 유주혜는 그 매력에 사로잡혔다. 때때로 자신을 무너트리는 힘든 순간이 와도 엠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유혹에 흔들리는 법도 없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의 의미를 찾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행복의 소중함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엠마는 유주혜와 만나 더욱 반짝였다.

“처음 엠마를 생각했을 때, 그는 거친 세상에 홀로 부딪히며 살아온 인물이었어요. 그렇기에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크게 반응하지 않아요. 그런 인물이었는데, 대본을 읽을수록 ‘소녀’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소녀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섬세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특유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앞서 말한 엠마의 캐릭터를 과감하게 버리고 다시 시작했죠.”

‘소녀’에 집중하니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엠마에게서 ‘소녀’라는 단어를 지우면, 험한 세상에 닳고 닳아 감정마저 닫혀 버린 ‘더는 살아갈 의지조차 없는 인물’이 된다. 여기에 다시 ‘소녀’를 적어 놓으면 ‘아직 살아갈 의지가 있는 인물’로 바뀐다. 그렇기에 유주혜는 “이 아이는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기에 순간순간 자기 행복을 위해 그림도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저택에 들어오기 전, 엠마는 방황하는 삶 속에서 타인의 것을 탐하고 그것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모두가 그러하니 자신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며 합리화했다. 그에게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삶이었다. 적어도 ‘죄책감’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시대였어요. 먹고 살기 위해 엠마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성인이었다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겠지만, 엠마는 아니잖아요. 거리에서 나고 자랐고, 보고 배운 것도 하필이면 도둑질이에요. 물론 다른 일을 하려고도 했을 거예요. 일을 구해도 금방 잘리지 않았을까요?”

이와 같은 엠마의 설정은 ‘뱀파이어 아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후 엠마는 저택에서 아더를 만나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된다. ‘글자’. 준 것 없이 베푸는 아더의 모습을 통해 엠마 역시 무언가를 깨닫는다. 유주혜는 그것을 ‘죄책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가 주지도 않았는데 아더는 무한으로 자신의 것을 나눠 주고 베푼다. 그런 상황을 통해 죄책감을 알고 엠마도 조금씩 변한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은 삭제된 장면인데, 연습할 때는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엠마가 해골 아래 걸려 있는 목걸이를 보고 그걸 훔쳐요. 훔친 다음 가방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다시 되돌려주거든요. 또 다른 장면에서 엠마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표현한 대사들이 있긴 했어요. 아더에게 ‘도둑질은 나쁜 거죠’,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나쁜 짓이죠’라고 말이에요.”

# 소녀, 소년을 만나다

누가 봐도 이상한, 어딘지 많이 부족해 보이는 뱀파이어 아더와의 첫 만남. 엠마는 그 첫 만남에 아더를 ‘뱀파이어’라고 확신한다. ‘아닐 것’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아더=뱀파이어’로 받아들인다.

“처음 저택에 들어왔을 때 살짝 오싹하긴 했을 거예요. ‘여기 뭐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으슥한 느낌도 들었을 거고요. 이상한 기분으로 저택에 들어온 거죠. 그런데 그곳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뱀파이어 흉내를 내는 남자와 마주쳐요.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걸 보죠.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그 사람이 갑자기 피를 마셔요.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뱀파이어와 관련된 괴담이 많았을 거고 엠마 역시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괴담을 듣고 자라지 않았을까요?”

아더가 진짜 뱀파이어라고 인지하는 순간, 위험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아더가 사는 저택은 엠마에게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 경찰이 수색에 나선 저택 밖 상황과 비교해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뱀파이어에게 언제 잡아먹힐지 알 수 없는데도 엠마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저택에 머무는 것을 택한다.

“일단 도둑질하고 난 다음의 상황이잖아요. 바깥에는 사이렌 소리로 가득하고. 저택에 들어왔는데 뱀파이어가 산다고 하는데,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건 십자가 목걸이거든요. 십자가 목걸이를 뱀파이어가 무서워한다는 걸 엠마는 알고 있어요. 다 큰 어른이었으면 한 번 더 의심했겠죠. ‘정말 안전할까’라면서. 아직 그는 소녀예요. 아더가 십자가를 무서워하고, 사람인 존이 옆에 있으니 안심했던 것 같아요. 밖에 나가면 경찰에 잡힐 것이 분명하고, 또 굶주려야 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 저택에 머물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거죠.”

저택에서의 삶은 집사 존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꽤 살만했다. 엠마는 아더와 급격히 친해졌고 그와의 추억을 쌓아가며 저택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갔다. 아더는 엠마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화가’라 부르며 특별한 선물을 건넸다. 선물을 받은 엠마는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홍혜리 에디터 ⓒ 얌스테이지 YAMTAGE

“그냥 취미로 볼 수도 있지만, 엠마에게는 아니에요. 저택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림을 그렸잖아요. 그림을 그릴 때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요. 종이와 볼펜만 있으면 되죠. 엠마는 주로 풍경을 그렸어요. 사람은 잘 그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크고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확실한 것은 그에게 ‘그림’은 ‘행복’의 또 다른 말과 같아요.”

급기야 엠마는 아더의 초상화를 그려주겠다고 나선다. 그가 그린 초상화는 아더를 혼란에 빠트린다. 아더가 본 자신의 모습, 저택의 풍경과 엠마의 그림 속 모습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초상화는 우중충하지도 않았고, 으슥한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란하게 채색된 저택은 생동감으로 넘쳐 흘렀다. 유주혜는 “엠마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그린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더는 저택에 갇혀 있고,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그 안에 정말 많은 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호기심이 가득해서 항상 눈이 반짝이고, 언젠가는 뱀파이어가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죠. 어떻게 보면 엠마와 반대의 모습이지 않나 싶어요. 엠마는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초상화를 그릴 때 화려한 색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인터뷰YAM #2] ‘뱀파이어 아더’ 유주혜, 변화의 시작…엠마와 아더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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