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YAM #2] ‘뱀파이어 아더’ 정민, 아더 도련님을 위해서라며

자신을 뱀파이어라 믿으며 매일 밤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지는 소년. 그 소년의 이름은 아더다. 뱀파이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많지만, 송곳니 드러내기 위해 취한 행동마저도 우스꽝스럽지만, 때로는 그 모습도 귀엽게 다가온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판타지가 주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장면들이 아더와 엠마의 이야기를 타고 관객에게 전달된다. 어두운 저택은 어느새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칠해지고, 한쪽에서 음침한 기운을 드리운 존만이 쓸쓸하게 두 사람을 지켜본다.

이번 공연에서 아더 역은 오종혁, 기세중, 이휘종이 맡아 무대에 오른다. 정민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극 중 인물을 표현하는 세 배우와 호흡을 맞춰 나간다.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 집사 존의 태도도 달라진다. 그 미묘한 변화를 설명하기에 앞서 정민은 다시금 길고 또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는 작품의 경우, 배우들이 제아무리 캐릭터에 변화를 주려 해도 전체적인 온도는 비슷해요. 물론 배우가 가진 성향의 차이로 인해 온도차가 발생할 수는 있어요. 캐릭터로 인한 온도차는 적은 편이죠. 이 작품은 달라요. 극명하게 배우마다 다른 온도로 느낄 수 있어요. 존은 집사 역할이기에 주인님을 돋보이게 하고 서포트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들의 온도차를 느끼고 있어요.”

합을 가장 많이 맞춘 아더는 이휘종이다. 이휘종은 ‘뱀파이어 아더’ 팀의 막내. 그러다 보니 정민은 아더와 존의 나이차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휘종이라는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아더와 잘 맞는다. 존과 아더의 나이 차이도 극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 아이를 품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기세중 배우와는 전작인 뮤지컬 ‘배니싱’에서 호흡을 맞추고 ‘뱀파이어 아더’로 넘어와서 호흡적인 면에서는 가장 편해요. 기세중 아더는 오종혁과 이휘종의 아더, 그 중간 온도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기세중 아더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거든요. 오종혁의 아더는 가장 차가워요. 정말 갈등을 많이 하게 만드는 아더죠. 엠마라는 인물이 저택에 들어올 때, 존이 엠마에게 신경을 쓰는 만큼 눈을 부릅뜨고 그를 주시하게 만들어요. 생각해보니 이휘종 배우의 아더는 반항기가 심하기 직전이라, 순수했던 마지막 시점이기도 해서 가장 마음이 아파요.”

# 어렵게 쌓아 올린 ‘뱀파이어 아더’

극 초반, 어둡기만 하던 존이 가장 밝은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서는 순간이 있다. 바로 아더의 상상 속 엠마와 춤을 추는 장면이다. 아더는 존이 엠마를 죽이고, 엠마의 피를 자신에게 건네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관객과 마주한 아더의 표정은 세상 진지한데 뒤에서 펼쳐지는 존과 아더의 모습은 갑작스러운 장르의 변화를 맞이한 듯 엄청난 충격을 선사하다.

“연습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지금도 어려운 장면이에요. 그 장면이 극 초반에 나와 더 그래요. 존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사연이 있는 인물이구나’라는 것을 어필했는데, 갑자기 두 번째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거잖아요. 존의 사연을 관객에게 전달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뜩이나 등장 시간도 많지 않은데 두 번째 등장 신에서 다소 가벼운 인물로 그려지니 난감했죠. 이런 모습을 보이고 다시 존의 무게감을 관객에게 어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탄탄하게 쌓아 올려야 할 무게감이 아더의 상상으로, 단번에 무너져 버렸다. 무너진 무게감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장 어려운 장면이기에 연습 당시에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장면이었다고. 배우들은 물론이고, 창작진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다른 수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정민은 “‘이 장면을 뺏으면 좋겠다’고 어필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뱀파이어 아더’는 장르가 판타지에요.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요. 판타지라는 장르에 부합한 장면이죠.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말이에요. 판타지라 생각하고, 존이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이라 생각하면서 연습했어요. 지금은 그 장면에서 더 자유롭게 놀고 싶어요.”

그 순간부터 관객은 충격에 휩싸인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본 것일까’. 눈을 의심하고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상황 파악이 끝나는 순간, 아더의 상상도 끝이 나 버리고 존과 엠마는 무대 뒤로 사라져 버린다.

홍혜리 에디터 ⓒ 얌스테이지 YAMSTAGE

이러다 보니 ‘뱀파이어 아더’를 보고 난 뒤 머릿속을 채운 기억은 아더의 상상 속 춤을 추던 존과 엠마의 모습, 그리고 ‘용감한 뱀파이어’ 넘버에서 ‘나는 용감한 뱀파이어’와 함께 재생되는 후렴구다. 극장을 나온 뒤에도 한참 동안 중독성 강한 넘버에 시달리며 ‘나는 용감한 뱀파이어’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저는 그 노래가 제일 좋더라고요. ‘ABCDEF’. 처음에 이 노래를 듣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며칠 동안 자려고 하면, 이 노래가 맴돌았죠. 내 노래를 외워야 하는데 자꾸만 떠올라 힘들었어요. ‘요리가 되었네’. 그 노래도 중독성이 심해요. 정말 심해요.(웃음)”

마지막으로 정민에게 물었다. ‘관객이 이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이다.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이라며 “흔치 않은 소재의 뮤지컬이다 보니 한 번쯤 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털어놨다.

“작품을 올리고 걱정이 많았어요. 관객이 해준 말이 있는데 ‘한 번쯤은 더 보고 싶은 공연’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일차적으로 보이던 것들이 몇 번의 관람으로 이차적인 것까지 보이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말이죠. 이야기 자체가 후반부에서 해결되는 경향이 있어 앞부분에서는 그냥 흘러가게 두는 장면들이 많아요. 재관람을 하면 그런 부분도 보이게 되고 어느 정도 인물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죠.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매력 같아요. 몇 번 더 보면 재미있는, 양파 같은 매력의 공연이에요.”

 

[인터뷰YAM #3] 정민, 도전으로 채운 2018년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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