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Talk]‘톡톡’ 노수산나와 릴리, 더욱더 사랑스러운 까닭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뜻인 동시에 특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될 수도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여기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연극 ‘톡톡’에는 시도 때도 없이 욕이 터져 나와 난감한 뚜렛증후군 프레드부터 무엇이든 숫자로 환산하고 계산을 해야 속이 풀리는 벵상, 꼼꼼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불안하기만 한 마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저마다 삶의 고충을 토로한다.

‘톡톡’의 등장인물들은 남들과 다른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함께 모인 6명의 인물 중 자신은 다르다 소리치는가 하면 그룹 상담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평범함 속에 자신을 숨기려 애쓴다. 숨기려 할수록 점점 더 도드라지는 특별함은 이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고 동정이 아닌 진심의 위로를 건네게 한다.

# 군중 속 고독

첫 만남부터 마음을 열고 서로의 병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요란스러운 소란을 동반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주어지면 또다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시끌벅적한 소란이 반복됐다.

릴리는 달랐다. 극중 릴리는 같은 말을 꼭 두 번씩 해야만 하는 동어반복증을 앓고 있다. 릴리로 분한 노수산나는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난리 속에도 침묵을 지켰다. 릴리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음에도 홀로 동떨어져 있었다. 다른 이의 말에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의 병을 알게 되고, 사과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럴 때도 릴리는 혼자 다른 세계에 있었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어깨와 가만히 둘 수 없는 다리는 불안한 그의 마음을 엿보게 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동어반복증, 그것이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잠식시켰다.

우리는 늘 새로운 사람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같은 사람만 만나 같은 일상을 보낼 수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가끔은 새로운 삶이 불쑥 예고도 없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릴리는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불안해하며 아파했을까. 릴리로 분한 노수산나는 초반 릴리가 살아온 삶을 그의 모습을 통해 짧지만 가장 강렬하게 표현했다.

# 결코 숨길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

엄마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꼭꼭 숨기려 했던 릴리의 비밀은 만인의 비밀이 돼 버렸다. 짧은 순간에도 릴리는 동어반복증을 숨기지 못했고, 같은 말을 두 번씩 해야만 하는 그의 속사정을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릴리의 걱정과 달리 사람들은 이를 놀림거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신기해하기는 했지만 모두가 그렇듯 힘들었을, 동정받아왔을, 지난날을 걱정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릴리의 동어반복의 또 다른 매력도 함께 발견해 나갔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동어반복은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주사위는 두 번 던져졌고, 벌칙도 두 번 행해졌다. 게임은 더디게 흘러갔지만 6인이 함께하는 시간은 그만큼 더 쌓여갔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릴리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됐고 어느새 듣기 좋은 노래처럼 받아들여졌다. 감추고만 싶었던 비밀이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릴리의 동어반복증은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아버지를 보낸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에 그는 스스로 그와 같은 벌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미안한 마음에 쏟아낸 눈물에 관객 역시 같은 아픔을 느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이를 위해 낼 줄 아는 릴리로 거듭났다. 벵상이 다른 사람보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모두를 괴롭힐 때 분노하고 그에게 맞선 이도 다름 아닌 그다. 릴리는 벵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분노하며 몸을 떨었다. 비록 자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없을지라도 그는 불합리한 상황에 맞섰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을 잊고 타인을 생각하며 말을 반복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상황도 잊고 긴 문장을 단번에 쏟아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동어반복은 계속됐다.

이처럼 노수산나는 단순히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릴리를 그리지 않았다. 릴리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제대로 이해했고 이를 진심으로 표현하며 극 중 인물에 다가갔다. ‘톡톡’이 이들의 특별함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았듯 노수산나 역시 릴리의 동어반복증을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극 중 인물의 사랑스러운 매력은 그가 가진 아픔과 만나 더없이 특별한 빛을 발휘하는 매력으로 승화됐다. 노수산나와 릴리가 더욱더 사랑스러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사진 제공 : 연극열전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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