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YAM #1] 노윤이 잡은 기회란 이름의 ‘트레이스 유’

한 남자가 있다. 무대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바라본다. 벽을 가득 채운 낙서가 남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는 이내 발길을 돌려 기타가 놓인 뒷자리로 이동한다. 또 다른 남자가 무대에 오른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다. 이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자리를 피하고 만다. 기타 치던 남자만이 홀로 무대를 지킨다.

여기는 클럽 ‘드바이’. 두 남자는 우빈과 본하라는 이름으로 관객 앞에 서 있다. 노래를 부르는 이도, 기타를 치는 이도 어딘지 의뭉스러운 대화만 늘어놓는다. 그렇게 뮤지컬 ‘트레이스 유’가 시작된다. “록밴드 이야기다. 여기에 한 여자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는데 그 갈등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설명한 배우 노윤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다시 무대로, ‘트레이스 유’가 준 기회

노윤에게 ‘트레이스 유’는 공연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이후 차기작을 결정 짓기 위해 그는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봤고 그때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를 준비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복학의 시간이 다가왔다.

“정말 소중한 작품이에요. ‘트레이스 유’가 아니었으면 복학해서 다른 일을 열심히 했겠죠?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그동안 무대에 못 오르다 다시 배우로 무대에 오르게 돼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번 달은 공연이 많아 아주 바쁜 달이 될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감사하게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이 소중하고,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임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들이에요.”

지난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감사함으로 가득 찬 그날의 기억에 노윤은 눈을 반짝였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우빈으로 무대에 서게 될지 아니면 본하로 관객과 만날지 알 수 없었다.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디션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빈으로 노윤을 만나고 있지만, 그는 본하로 무대에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고.

“사실 처음에는 본하를 연기하게 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본하로 한참 연습하기도 했죠. 제가 본하를 연기한다면 4차원, 5차원이 아닌 문성일 배우가 연기하는 본하와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요. 문성일 배우는 굉장히 진실하고 진중한 본하를 연기하고 있어요. 제가 연기하면 결이 다르긴 하겠지만 비슷한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본하로 만나 뵐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우빈을 잘 해내야 하기에. (웃음)”

이번 공연에서 노윤은 정동화, 김대현과 함께 우빈 역을 맡았다. 우빈 중에 가장 어린 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나이를 듣고 나면 우빈을 거쳐 간 배우들과 분명 다른 캐스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노윤 역시 이를 인정했다. “역할에 평소 모습이 많이 담기는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이 우빈을 맡게 된 이유를 대신했다.

“본하 같은 경우, 대사에도 있듯이 ‘완벽한 또라이’를 연기해야 해요. 하지만 우빈은 아니에요. 본하를 지켜보면서 때로는 조종하고, 때로는 감싸주기도 하죠. 케어하는 역할이에요. 우빈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외모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나이가 어리지만 성숙해 보이는 외모를 갖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얼굴도 한몫한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저의 중저음이 우빈의 대사톤과 맞아떨어진 것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요.”

‘트레이스 유’는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세월과 함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작품은 매 시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배우로서 노윤은 우빈의 캐릭터를 극과 극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특히 평소 모습이 녹아날 수밖에 없는 극 중 인물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잊지 않고 매 시즌,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제대로 ‘통’한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에요. 저 역시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랬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두세 번 보다 보니 큰 틀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극이 이해됐어요. 또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디테일이 정말 많은데 그런 것들이 극을 꼼꼼하게 채워나가는 것 같아요. 여기에 배우들이 원하면 엔딩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죠. 결말이 다르면 보는 입장에서도 극이 완전 다르게 다가올 수 있어요. 때로는 이 배우들에게 ‘낚였다’ 생각할 수도 있죠.”

# 결말의 힘, 그 매력에 빠지다

결말은 이야기의 꽃이다. 결말을 보기 위해 관객은 120분이라는 시간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쫓아간다. 엔딩의 변화는 사전 협의가 이뤄진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결말만 바뀐다고 끝이 아니다. 결말에 맞게 서사도 디테일한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노윤은 그것이 바로 ‘트레이스 유’의 매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 전부터 생각하죠.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가야 우리가 생각하는 결말과 맞아떨어질 수 있는지를 말이에요. 그게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의 의지로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또 보는 관객이 느끼고 해석하는 것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그렇기에 관객과 배우 모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큰 틀은 고정돼 있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때로는 그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배우의 재량에 따라 그날의 공연이 달라지기에 평가는 더욱 엄격해진다. 노윤은 이러한 부담감을 몸소 체험하며 관객이 들인 노력에 최대한 보답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관객은 돈을 주고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이에요. 그만큼 우리가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특히 크로스 페어로 공연할 때 더 심해요. 갑작스럽게 캐스팅이 변경돼 크로스 페어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고요. 저는 세 명의 본하를 모두 만나 봤어요. 세 명이 정말 너무 달라요. 문성일 배우의 본하에 맞춰 있다가 다른 본하를 만나면 너무 집중한 나머지 진이 다 빠져요. ‘잘한 건가…?’ 한참 생각하게 되죠. 그 순간에 맞는 그림과 에너지, 느낌을 전달해주면 충분히 저희가 원하는 것들이 표현된다고 생각해요.”

회를 거듭할수록 노윤은 성장했다. 무대에 적응했고, 관객과 친밀도를 형성하며 어느 정도의 여유도 장착했다. 다시금 그는 “극장에 들어오고, 드레스리허설을 하기 전까지 매일 힘들었다”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무대가 아닌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습은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돛단배 같았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던 노윤은 리허설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감을 찾아 나갔다.

“그 며칠 사이에 완벽하게 감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죠.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우들처럼 연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대에서의 노하우가 많은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무대에 서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해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만의 디테일을 찾아 무대를 채우는 것이 목표예요.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고, 그중에서 베스트를 찾아 만들어나가야죠.

 

[인터뷰YAM #2] ‘트레이스 유’ 노윤의 아픈 손가락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저작권자 © 얌스테이지 YAMSTAG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