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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YAM #1] ‘모범생들’ 문태유, 다시 시작된 못다 한 인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는 캐릭터를 그리고 관객은 인물을 해석한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해석이 같은 수도, 또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공연으로 매력으로 손꼽히고 동시에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공연인 경우 이러한 특징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연극 ‘모범생들’이 그렇다. 작품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목고 고3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교육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내며 2007년 초연 이후 640회 이상의 공연, 7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을 받았다.

극에는 명준, 수환, 종태, 민영이 등장한다. 어떤 시선으로 누구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범생들’의 결이 달라진다. 해석이 갈린다. 같은 극이라 해도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도출해낸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의 존재는 작품의 매력을 체감하게 한다.

극중 인물 중 주요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고 할 수 있는 명준 역을 맡은 배우 문태유와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고등학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말한 ‘모범생들’ 속 명준은 어떤 어른의 모습을 닮았을까.

# 엇나간 인연, 또 다른 시작


“‘모범생들’ 오디션을 2015년 시즌에 봤어요. 그때 처음 김태형 연출과 인연이 닿았죠. 캐스팅이 됐는데 다른 스케줄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어요. 그 뒤로 김태형 연출과의 인연은 계속됐죠. 감사하게도 다시 ‘모범생들’을 하게 됐어요.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따로 배역이 정해진 상태에서 오디션을 본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명준-수환 또는 명준-민영 등 2개의 캐릭터를 열어놓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래서 그때 어떤 역으로 캐스팅이 확정됐는지는 저도 몰라요.(웃음)”

소문으로만 익히 들었던 작품의 매력. 배우로서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던 당시, 그는 ‘모범생들’과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공연을 보면서 “너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시간이 흘러 2년 뒤, 문태유는 “도전할 거리가 많아 매력 있는” 공연에 비로소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됐고, 무대에 오르며 자신만의 명준을 차근차근 관객 앞에 펼쳐 내고 있다.  작품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롱런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일단 이 작품이 10년 전에 처음 나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어요.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바라보면 그 당시에는 굉장히 새롭고 젊은 감각이에요. 그게 바로 ‘모범생들’ 10년의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당시에도 새로웠는데 지금도 촌스럽지 않아요. 연습하면서도 연출님과 작가님의 젊음이 분출되는 걸 느꼈어요.”

함께하지 못한 사이 ‘모범생들’은 10주년을 맞이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 거쳐 간 배우만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출연 배우가 많다는 건 그만큼 비교 대상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연에 오르기 전까지 문태유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이 타이틀이 만들어낸 부담감이었다.




 

“10주년 공연인 데다가 지금 한 시즌에 원년, 12년, 13년, 15년 출연 배우들이 함께 공연하고 있어요. 관객은 마음만 먹으로 모든 페어의 공연을 다 볼 수 있는 상황이에요. 솔직히 처음 투입되는 뉴 캐스트 입장에서는 많이 부담스럽죠. 이미 선배 페어들은 공연한 횟수도 많고,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고민도 더 많이 했을 테니까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작품의 주제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화려한 만큼 ‘10주년’ 타이틀은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연습 기간 내내 따라 다녔던 부담감은 공연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관객의 반응이 그의 걱정을 덜어줬다. 관객의 솔직한 평가는 물론이고 기존 페어와 뉴 페어의 객석에서 오는 차이도 그리 크지 않았다.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공연을 좋아해 주는 관객들은 이미 공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페어보다 못하다고 해서 티를 내거나 그러지 않아요. 대신 그들과 다른 점을 찾고, 그것 나름대로 즐길 줄 알죠. ‘작품을 꾸준히 봐온 관객인데, 당신의 명준도 새롭고 흥미로웠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많았어요. 부담감은 준비할 때 가졌던 우려였죠.”

# 연민을 차단하자 보이는 김명준


선생님을 대신해 조례를 하는 반장 서민영.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뀐다는 압박감, 그 무서운 변화에 명준의 표정도 조금씩 일그러진다. 극중 명준은 중산층 집안의 장남으로 내신 1등급이며 인생도 1등급이 될 수 있을 거란 신조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문태유가 바라본 명준은 어떤 인물일까.

“굉장히 현실적인 친구예요. 제가 맡은 캐릭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현실에 있을 법한 그리고 현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죠.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할 줄도 알아요. 마음속에 성공을 향한 욕망이 있어요. 그러한 마음이 명준은 시험 커닝이라든가 민영을 압박한다거나, 종태를 이용하는 것으로 표현돼요.”

뮤지컬 ‘드라큘라’ 랜필드와 ‘광염소나타’ J(제이). 문태유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에 집착하는” 인물들을 연기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모범생들’ 속 명준은 훨씬 더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때문에 “바라보는 이들에 따라 불편함과 무서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실에 가까운 인물일수록 그는 더 사실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해 나갔다.

“인물에 무언가를 덧씌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보통 캐릭터를 구축할 때 상황이라든가, 대사, 극의 구조, 신(scene) 이 극 초반에 있는지 후반에 있는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명준은 다큐멘터리처럼 접근했어요. 이때 이 친구가 존재했다면 어떤 말과 행동을 보일까에 집중했죠. 무엇보다 제가 생각한 명준은 ‘악역’이에요.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그게 작품 안으로 들어오면 악역이 돼요. 이 현실 세계, 사회라는 곳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인물이 명준이에요..”

문태유는 명준을 악역이라 불렀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해석의 여지는 다양하게 열려 있었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극중 인물은 ‘상황이 그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단호했다. ‘악역’이라 표현한 이유에 대해, 그는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하며 차근차근 설득해나갔다.




 

“처음에 명준이라는 캐릭터를 피해자로 그릴 것인지, 악역으로 잡을 것인지 고민했어요. 이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명준을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의 피해자로 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극중 인물을 비겁하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극중 인물에 대한 고민은 꽤 깊었다. 뼈대가 단단하게 잡혀야 그 위에 살을 더해 모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문태유는 알고 있었다. 중심을 잡기 위해 그는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악역’을 택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다듬어 나가기로 한 것.

“캐릭터의 진심과 방향성은 분명 악역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관객에게 극중 인물이 동정받아서는 안 되고, 그렇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캐릭터가 비호감이 될 수도 있어요. 극의 축을 담당하는 인물이 ‘악역’이라면 보는 입장에서 불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러한 고민은 ‘광염소나타’를 할 때도 했어요. 예를 들어 ‘광염소나타’에서 제이는 살인을 저질러요. 음악을 하고 싶고 곡을 쓰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였다고 받아들여지게 연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명준도 같아요.”

그는 단호했다. 분명하게 명준을 악역으로 잡은 이유가 있었다. 관객에게 호감을 사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그는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러한 선택이 캐릭터가 상투적인 인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았다. 문태유는 “최대한 대본을 보고 느낀 첫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한번 캐릭터가 정해지니 이후 어려움은 없었다. 술술 풀렸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크게 A로 갈 것이냐 B로 갈 것이냐의 차이만 있어요. 그것에 따라 인물을 만들면 돼요. 외려 악한 캐릭터를 호감형으로 그리는 것이 더 신경 쓸 것이 많겠죠? 명준은 그런 인물이 아니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이용하는 상황일 때는 진심으로 이용하는 거죠. 악에 받쳤을 때, 열등감이 폭발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인터뷰YAM #2]로 이어집니다.

 

에디터 백초현 yamst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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