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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YAM #1] ‘데스트랩’ 김찬호, 클리포드의 꿍꿍이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왔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 기대감을 자아낸다. 연극 ‘데스트랩’에서 클리포드 앤더슨 역을 맡은 배우 김찬호가 그랬다.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필모그래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를 펼치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젊은 작가 지망생으로 분한다.

김찬호와의 인터뷰를 결정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프로필 사진 때문. 처음 프로필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단 얼굴이 열일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에서 풍기는 느낌이, 그간 김찬호가 보여준 이미지를 지우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없던 기대감이 불끈불끈 솟아올랐고, 그가 그릴 클리포드 앤더슨 캐릭터가 궁금해졌다.

 

흥미로운 작업을 한다는 것


김찬호와 클리포드는 얼마나 닮았을까. 그는 “혼자 있으면 매우 조용하고, 말이 없으면 주위에서 ‘차갑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실제 성격은 밝고 긍정적”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김찬호는 이러한 성격을 클리포드에 적절하게 녹여내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초반부는 조금 더 생기 있고 발랄한 클리포드를, 후반부로 갈수록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리고 있는 것.

“지금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벌어지지 않는, 그 순간의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두려고 해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클리포드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수 없도록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어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처럼 연기하려고요. 프로필 사진도 그러한 콘셉트로 촬영했어요. 오묘한 느낌이죠. 그게 바로 클리포드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디테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의외였다. 어딘지 모르게 낯선 이 조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에게 물었다. “클리포드 역으로 제안이 들어온 이유가 무엇일까”. 제작사에 질문을 건네는 것이 맞겠지만 배우 본인이 생각하는 캐스팅 이유가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묻자, 준비라도 하고 있던 것처럼 김찬호는 술술 자기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극 ‘베헤모스’에서 돈 때문에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괴물 같은 변호사 역을 맡았어요. 그런 역을 연기할 때 느껴지는 섬뜩함?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 이번 작품에서도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제안이 들어온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웃음) 물론 이번에 보여줄 클리포드 앤더슨은 이 변호사와는 달라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죠. 그렇게 그리고 싶기도 해요.”

김찬호는 풍문으로만 ‘데스트랩’을 접했다. ‘재미있더라’, ‘출연 배우들이 잘하더라’ 등. 초연과 재연, 두 번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 그는 작품을 관람하지 못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공연과 관련된 영상과 정보를 찾아볼 수 있지만 김찬호는 이러한 작업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덕분에 그는 연습 기간 내내 더욱 생생하게 클리포드 앤더슨과 ‘데스트랩’에 닿을 수 있었다.

“지금 한창 연습 중인데, 연습하면서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반전에 반전이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죠. 클리포드 역으로 제안이 들어온 후 대본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용이 흥미롭고, 배우로서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현재 김찬호는 뮤지컬 ‘록키호러쇼’ 무대에 오르고 있다. 동시에 ‘데스트랩’ 연습에 매진 중이기도 하다. 오롯이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겹치기 출연을 자제하는 편이라고 밝힌 그는 앞서 한차례 다른 공연 출연 제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거절했다. 그런 김찬호가 ‘데스트랩’을 선택한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작품이 좋아서”였다. 우려와 달리 연습 시간도 확보됐고, 두 공연 모두에 피해를 주지 않고 공연과 연습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출연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록키호러쇼’는 쇼 적인 부분이 많아서 연습 과정도 그렇고 공연을 하면서도 굉장히 신나요. ‘데스트랩’은 다른 의미로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연극 속에서 또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재미있어요. 그러면서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잖아요. 연습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디테일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록키호러쇼’ 할 때는 공연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데스트랩’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젊은 작가 지망생의 욕망


사건은 한 편의 희곡에서 시작된다. 한때는 저명한 작가였던 시드니 브륄에게 희곡이 배달된다. ‘데스트랩’을 받아 든 시드니는 이를 탐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희곡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욕망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저마다의 욕망이 있다. 젊은 작가 지망생 클리포드의 욕망이 무엇일까. 작가로서 명예? 아니면 자신이 쓴 책으로 돈을 버는 것? 궁금증은 김찬호의 답변으로 해소됐다.

“그의 욕망은 무조건 돈이에요. 물론 극 안에서 욕망의 단서를 찾기는 쉽지 않아요. 클리포드는 돈 때문에 자신이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해요. 대사에도 나오죠. 그런데 거짓말 같아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말로는 작가가 될 기회를 얻기 위해 시드니를 돕는 거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꿍꿍이셈이 있는 거죠. 그에게 성공보다 중요한 건 돈이거든요.”

김찬호는 확실에 차 있었다. 그는 “클리포드는 자신이 쓰고 있는 희곡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얻기 위해 시드니를 구워삶고 있는 것”이라며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을 더 드러내기 위한 디테일을 찾아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가 찾은 디테일의 일부를 소개했다.




 

“보험금 이야기를 할 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어요. ‘보험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올 때 클리포드 눈이 반짝거려요. 클리포드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거든요. 그런 디테일을 붙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면 인물이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구체적으로 서술되는 극중 인물의 속내. 김찬호의 확신에 찬 이야기가 자칫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김찬호는 “이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저 혼자 속으로 가져가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인터뷰가 공개되면 관객 역시 그의 의중을 파악하겠지만, 김찬호는 그 전까지 자신만의 노선으로 클리포드와 돈을 연결 짓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해요. 작가인 클리포드가 돈을 벌기 위해 은행을 털 수는 없잖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희곡을 쓰고, 그걸 팔아 돈을 벌려고 해요. 하지만 관객은 왜 제가 저러고 있는지 모르고 볼 수밖에 없죠. 그게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클리포드≠사이코패스, 김찬호의 꿍꿍이


김찬호와의 인터뷰는 공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다. 연습에 한창인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꽤나 구체적이었다. 확신에 찬 어조로 쏘아져 나오는 답변은 듣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찬호에게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었다.

“클리포드라는 인물이 단순히 사이코패스로 비치지 않길 바라요. 자신의 욕망을 쫓아가다 보니 이렇게 된 거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물론 그가 하는 행동들 자체가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이 세상 누구도 정상인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우리도 클리포드처럼 돈이든 명예든 무언가를 원해서 그걸 갖고자 하잖아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의식에 갇혀 욕망을 절제하는 것뿐이죠. 그게 풀린다면? 우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확실히 평범하지는 않다. 극중 인물이 벌인 일들을 종합해 보면 김찬호가 무엇을 경계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클리포드=사이코패스’로 해석한다면 허용되는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 그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극중 인물이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그렇게 이끈 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자기가 한 일에 대해,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 확실하게 인지하잖아요. 클리포드는 그런 것이 없어요. 자신이 한 일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고 나서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나?’라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이해 못 해요. 그가 그런 일을 벌인 데는 다 원인이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난다면 스릴러 적인 요소를 갖춘 캐릭터로 클리포드가 표현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찬호가 바라본 클리포드의 전사는 이미 꼼꼼하게 채워져 있었다.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는 인물의 생애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자신만의 클리포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만큼 더 치열하게 고민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처럼 완벽한 분석에서 출발했다.

“‘데스트랩’ 작품 자체가 해피엔딩은 아니잖아요. 돈을 열망하는 사람들, 결국엔 끝이 좋지 않아요. 그들의 욕망이 부질없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이게 작품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돈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해왔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부질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죠.”

2017년 ‘데스트랩’은….


이번 공연에서 클리포드 역은 김찬호를 비롯해 이충주, 문성일이 함께한다. 이충주는 재연 ‘데스트랩’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김찬호는 “이충주 클리포드는 약간 예의 바르고 따뜻한 느낌이 초반에 많이 보인다. 문성일의 경우는 통통 튀는 느낌이라 박진감 넘친다”고 설명했다. 두 클리포드를 바라보며 그 역시 자신만의 클리포드를 다듬어 나가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데스트랩’에서 시드니 브륄 역은 김수현, 김도현, 강성진이 맡는다. 새롭게 합류한 김수현에 대한 김찬호의 시선은 “정말 늙은 꼰대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고. 그는 “그러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는 시드니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김도현 배우의 시드니는 혈기왕성해요. 그래서 김도현 배우와 함께 연기할 때는 반대의 느낌으로 클리포드를 표현하고 있어요.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상대에게 끌리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시크한 느낌으로 가는 것이 서로의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강성진 배우는 일단 재미있어요. 저도 그에 맞게 재미있는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어요.”

상대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김찬호는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그는 “제가 그릴 클리포드는 상황마다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 관객이 보기에 ‘왜 저러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장치들을 넣을 거다”라며 “그런 디테일을 찾아가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디터 백초현 yamst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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