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PLAY > Interview

[인터뷰YAM] 김나미 “‘인간’, 희곡보다 재미있는 연극…지적인 코미디”

%ea%b9%80%eb%82%98%eb%af%b84

“천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일컬어 이렇게 부른다. “어렵다”. 그의 소설을 마주한 이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평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흔히 목격되는 그의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세를 치른 그의 첫 번째 희곡 ‘인간’이 올 겨울 관객과 만난다.

‘인간’에는 두 명의 인물의 등장한다. 이성적인 사고의 소유자 라울(男)과 동물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사만타(女)가 주인공이다. 어느날 갑자기 유리병 속에 갇힌 남녀의 이야기는 ‘인간’을 이끄는 주요 골자다. 상황에 적응해가는 라울과 사만타를 통해 작품은 ‘인류’라는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고,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스스럼 없이 털어놓는다. 라울과 사만타의 입을 빌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류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습에 한창인 배우 김나미와 만났다. 그는 “인간이 존재 가치가 있는지 말하고 있는 작품에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을 연기한다”고 작품과 동시에 극중 인물에 대한 소개를 마친 뒤 놓쳐서는 안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놓았다.

# 사만타란 옷을 입은 김나미

“제작자의 연락을 받고 ‘인간’에 참여하게 됐어요. 대본을 읽고 딱 제가 생각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잖아요. 대본을 받아보고 읽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지’라고 다짐했어요. 대본을 읽고 난 뒤로는 계속 머리에서 ‘인간’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두고 천재 작가라고 하는지, 거장이라고 부르는지 알겠더라고요. 가장 큰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시종일관 위트와 재치가 넘쳐나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필력과 명성은 연극 ‘인간’을 기대케 하는 이유 중 팔 할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이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의 이름이 출연을 결심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보증수표로 작품성에 확신을 갖게 했다. 김나미는 그렇게 만난 사만타와 하나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집중 또 집중하고 있다.

“연출님이 주문한 것은 ‘생각없이 해라’라는 거였어요. 역할 자체가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공연을 보면 알겠지만, 작가는 라울과 사만타를 인간을 대표하는 인물로 유리병 속에 가둬놔요. 라울은 논리적이고 염세주의자인데 사만타는 정반대예요. 사랑이 넘치죠. 동물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해요. 다혈질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인물이죠. 공연을 준비하다보니 왜 그렇게 둘을 가둬놨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김나미의 사만타를 본 이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딱 사만타네”. 김나미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내 것이구나”. 왜 그에게 극중 인물을 제안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본인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사만타와 김나미는 타고난 기질부터 닮았다. 그간의 출연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유독 몸을 많이 쓰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인물을 선보여온 그에게 사만타는 맞춤옷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기존에 해왔던 역할과 사만타는 달라요. ‘인간’에서 사만타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적 없었죠. 그래서 어려움이 많아요. 극중 직업이 호랑이 조련사다보니 퍼포먼스적으로 몸놀림이 뛰어나야 해요. 열심히 스트레칭하면서 몸을 가꾸고 있어요. 조만간 안무가를 찾아가서 안무도 배울 예정이에요.”

 

%ea%b9%80%eb%82%98%eb%af%b82

#라울 VS 사만타, 인간을 논하다

‘인간’은 막대한 대사량을 자랑하는 연극이다. 한 인물이 쏟아내는 대사도 대사지만, 상대방의 대사까지 합쳐지면 그 양이 엄청나다. 라울과 사만타의 대사는 두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을 대변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대에 굴복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논리를 펼쳐내는 인물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활자로 펼쳐지는 기싸움을 배우는 무대에서 펼쳐내야 하기에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다.

“‘인간’처럼 ‘말’이 많은 공연에서 대사를 제대로 다 외우지 않으면 이야기를 진행하기 힘들어요. 지금은 대사 위주로 연습하고 있어요. 대사를 외워가면서 상대 배우와 교류하려고요. 잘 외워지지 않아서 두 번씩 연습하고 있어요. 연습페어가 정해져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연습에 집중 할 수 있어요.”

김나미의 연습 페어는 오용과 박광현이다. 상대 배우에 따라 그의 사만타도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김나미는 “심지어 대사도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극중 외모를 겨냥한 발언을 할 때 이러한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감정적인 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오용의 라울은 어쩐지 불쌍한 느낌을 자아내고, 박광현 라울은 연기하는 김나미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만큼 얄미운 캐릭터라고. 그런 라울에게 사만타는 왜 마음을 열었을까. 문득 궁금해져 질문을 건넸다.

“사만타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예요. 그런데 눈앞에 내 스타일이 아닌 남자가 나타난거죠. 그러다 대화를 나누게 되고, 이런저런 것들을 절충해나가면서 ‘너도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남자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거죠. 그렇잖아요. 사람을 볼 때 외모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방식이 다른데, 첫눈에 반하는 건 남자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깊어져서 사랑하는 경우는 여자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작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요. 그러한 것들이 대본에 적여 있어 흥미롭죠.”

 

%ea%b9%80%eb%82%98%eb%af%b83

# 인간은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인터뷰 당일, 김나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시국에 꼭 봐야할 연극”이라는 글과 함께 ‘인간’ 포스터를 게재했다. 포스터에는 “착.한.사.람.은 착한 일을 하느라 정치 할 생각을 못했나..?”라는 극중 사만타의 대사가 적혀 있다. 정치적 성향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희곡 ‘인간’을 요즘 읽으면 일련의 사건들이 떠오른다.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에 소름이 끼칠 정도.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라울이 사만타에게 물어요. ‘정치하는 못된 사람들은 무엇이냐’라고. 그럼 사만타는 말해요. ‘착한 사람들은 착한 일을 하느라 정치할 생각을 못했나?’라고. 저 역시 그들이 생각났어요. 연습하면서도 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분개하고 그래요. 이 세상에서 잔인한 건 인간 밖에 없더라고요. 사만타는 그럼에도 인간은 반성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할 줄 아는 동물이라고 말해요. 인간은 존재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다시 풀이하며 나쁜 사람도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된다. 이에 김나미는 고개를 흔들며 “하지만 이런 착한 사람이 더 많다. 저들이 다가 아니다. 우리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바로 극중 인물이 사만타이고, 자신 역시 그말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인류의 마지막 인간으로 남는다면 완전히 사만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곧 사만타가 말하는 것과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살아갈 가치가 있다. 맛있는 것을 먹고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해요. 살아가기에 좋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인간은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제목 그대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김나미는 “대본을 읽으면서 많이 웃기도 하지만 울컥할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특히 재판신이 그렇다고. 인간의 존재 가치를 두고 싸울 때 그 어느때보다 가슴이 아프다는 그는 “단순히 재미있고 웃긴 연극이 아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긴 여운을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인간’이 연극으로 공연된다고 하면 ‘어떻게?’라고 묻더라고요. 원래 희곡으로 된 작품인데 말이에요. 소설처럼 쓰여진 희곡을 무대화 했을 때 ‘인간’의 기발함은 배가되고, 보는 관객은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죠. 무엇보다도 우리 입맛에 맞는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재미있어요.”

“‘인간’은 지적인 코미디”라고 정의내린 김나미는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본능에 충실해지는 인간의 유치함을 맛볼 수 있는 공연이라며 얼굴 가득 만족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려운 극이라는 편견으로 혹여 좋은 공연을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의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는 동시에 김나미가 인터뷰 내내 보인 자신감이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에디터 백초현 poolchoya@naver.com

<저작권자 © 얌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imilar Article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