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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YAM #2] ‘선물’ 신덕호 “착한 인물로 가득한 작품,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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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작품이 만나는 과정은 다양하다. 그 중 ‘대본’에 끌려 참여하겠다고 밝힌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본은 작품과 배우를 연결지어주는 가장 첫 번째 단계다. 좋은 대본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하고자 하는 뜻을 굳히게 하는 등 강한 힘을 지닌다. 신덕호 배우에게 연극 ‘선물’이 그러했다.

“지난해 처음 대본을 받았습니다. 읽다보니 참회(懺悔)하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어요. 또 극 후반 가족들이 모여 극중극을 하며 자기 본심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는데 자기 잘못으로 비롯된 슬픔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극중 인물의 감정 진폭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들어 ‘선물’에 참여하게 됐죠.”

신덕호를 단번에 사로잡은 ‘선물’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착한 인물들이다. 모든 인물이 선(善)하다는 설정이 그를 매료시켰다. 그는 “자칫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라는 것이 인물들이 착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라면서도 “읽다보니 단순히 착한 것이 아니더라. 반성을 한다”라고 착함이 작품의 전부가 아닌 이유를 설명했다. 착한 인물들이 어떻게 서사를 옹골차게 채워나가는지 기대감이 생겼고, 그 안에서 신덕호는 극중 인물을 풀어나갈 해답을 찾았다고.

“극중 그런 대사가 있어요. ‘법이 나를 용서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진짜로 나를 용서할 때만이 내가 용서를 받는 것이다’. 사법제도 이전에 내가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사람이 느꼈을 아픔과 상처, 고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이죠. 주변에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죠. 공감하는 마음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해요.”

신덕호는 ‘선물’에서 태수 역을 맡는다. 태수는 40대 후반 정도 되는 나이에 바른 사람이다. “아주 올곧은 사람”이라고 강조한 신덕호는 바른 사람이지만 모진 풍파를 겪고 교도소까지 오게 된 극중 인물의 사연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그는 “젊은 시절 행했던 잘못으로 군대에 있을 때 교도소에 다녀온 이력이 있다. 그 여파로 순탄한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름 바르게 살려 했지만 그런 과거로 인해 거친 세계에 들어가 건설회사 바지사장 일을 했을 것”이라고 자신이 그린 태수의 삶을 종이에 그리듯 말로 그려냈다.

“인물의 정보는 물론 대본에 근거해 찾아요. 그러나 대본에는 태수의 젊은 시절과 현재 사이의 정보가 없어요. 그 사이의 시간을 태수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워낙 광범위해서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죠. 변하지 않는 것은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엄청난 일을 겪었고, 그 일로 교도소에 다녀왔다는 거예요. 40대 후반에 다른 이의 죄를 뒤집어 쓰고 다시 교도소에 왔다는 것은 팩트죠. 두 가지 사실을 훼손시키지 않고 그 시간들을 어떻게 연결 지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의 공백 만이 아니었다. 태수를 연기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야 했는데 극중 인물에 대한 정보는 신덕호가 말한 것처럼 그리 많지 않았다. 빈공간을 메우는 것은 배우의 몫. 신덕호는 차근차근 그 시간과 정보를 찾아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마주한 두 번째 고비가 바로 ‘가족’이었다. 그는 “태수라는 인물의 나이와 현재의 삶을 비춰 봤을 때 ‘그에게도 가족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명쾌한 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신덕호는 연출이나 작가인 윤정환을 찾아가 물어야만 했다.

“윤 연출이 말하길, 작가로서는 태수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살아왔다는 거죠. 정말 쉽지 않은 전제 조건이었어요. 왜냐면 태수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상태인데 결혼을 안했다고 하면 캐릭터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따르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러한 정보에서 유추 할 수 있는 것은 ‘막 살았다’라는 거예요. 밑바닥 인생을 살았다기보다는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심정으로 살았겠죠 그럼에도 그가 바르게 살고자 했다는 것은 태수가 하는 말들, 화술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거친 일을 하지만 심성 만큼은 올곧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가 쓰는 단어들을 보면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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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호는 태수와 닮아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닮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꼼꼼하게 극중 인물을 분석하고, 심지어 그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는 열정을 보였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 만큼 신덕호의 이야기는 태수라는 극중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극중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무엇이냐”고. 돌아오는 답변 역시 지금까지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펼쳐지는 극중극 장면이 있어요. 우람이의 소원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인데 그걸 연극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해요. 연극치료를 위해 제가 아버지 역을 대신 연기했어요. 그 장면은 읽으면서도 그렇고 연습하면서도 그렇고, 미자와 우람에 대한 극중 인물의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미안한, 그리고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인 거죠. 그 마음이 가장 크게 공감되더라고요. 가슴을 많이 울리는 순간이에요.”

극중 태수는 연극치료라는 장치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저지른 잘못, 그로 인해 그 사람이 받았을 상처를 깨닫고 회한의 눈물을 짓는다. 신덕호는 “대본상으로는 태수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돼 있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대본상에 나와 있는 내용에 의문을 품고 그는 연출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태수라는 인물의 리얼리티는 한 층 더 부각된다.

“일을 저지르고 군으로 복귀한 당일,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는 명확한 기억이 없었을테죠. 술을 핑계삼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어요. 긴가민가한 혼란 속에서 며칠을 보냈을 거라는 거죠. 그러다가 점점 기억이 살아나는 것이에요. 그런 경험 한 번쯤은 있잖아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강렬한 어떤 기억은 어느 시점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처럼, 태수도 조금씩 그날의 기억이 복원됐을 거예요.”

태수의 기억을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연극치료다. ‘선물’은 연극치료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또렷하게 다듬으며 관객에게 전달할 준비에 한창이다. 극중극 형식은 관객에게도 배우에게도 결코 쉽게 다가오는 구성은 아니다. 몇 겹으로 쌓인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해 온전한 서사를 그려내는 과정은 재미난 경험인 동시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듯 머리를 지끈거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 시간은 90분 남짓. 그러나 배우들은 입을 모아 그것이 ‘선물’의 매력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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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겹이 있어요. 내가 기억해 낸 그 당시 태수의 일이 있죠. 그것을 가지고 다시 극중극 형식으로 연극이 펼쳐져요. 연극 속 태수는 태수가 아니에요. 한수라는 인물이 연기하죠. 그렇게 진행되는 연극을 태수는 한 켠에서 지켜봐요. 미자가 ‘오빠 마이 먹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그 인물이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밥을 챙겨주는 할머니도 좋고, 따뜻한 기억이 있었지 하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해요. 극 안에서 태수로 있는 거 못지 않게 한 걸음 물러나 밖에서 보는 것도 꽤 강하게 느껴져요. 그런 부분이 생각 외로 재미있더라고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선물’을 통해 신덕호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가 느낀 감정들은 관객 역시 느낄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극중극 형태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신덕호는 태수를 연기하는 동시에 태수를 연기하는 한수를 지켜보기도 하니 말이다. 어느 순간의 태수는 ‘선물’을 관람하는 관객과 같은 포지션에서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잘못을 했을 때는 반성을 하자. 그리고 반성을 하려거든 제대로 하자. 그런 말을 하고 싶어요. 진짜 반성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 타인을 생각해야 하는지 그 계기를 ‘선물’이라는 작품이 만들면, 관객분들은 자연스럽게 공연을 보면서 그러한 것을 느끼면 좋겠어요. 문장이나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아! 저렇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지는 것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신덕호에게 물었다. “누군가에게 선물해준다면, 무엇을 해주고 싶으냐”라고. 그의 대답은 ‘선물’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선물로 받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선물을 했을 때 좋아할까.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진정한 선물이 시작되는 것 같다”라며 “선물이란 받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에디터 백초현 poolcho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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