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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YAM] ‘글로리아’ 정원조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정원조

* 본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연을 보고 걱정 없이 웃고 싶거나,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 위로 받고 싶거나, 혹은 작품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고 경각심을 갖기 위함일 지도 모른다.

연극 ‘글로리아’는 한 사무실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침묵이 주는 중압감과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반전, 인간의 부끄러운 민낯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을 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여섯 배우가 ‘글로리아’ 무대에 오른다. 제각각 명확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와중에 묘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다. 팩트체크 팀 로린이다. 로린은 독특한 캐릭터들 속에서 유일하게 무채색을 띤다. 그런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린 역을 맡은 배우 정원조와 만난 건 이 때문이었다.

“노네임씨어터에서 먼저 제안을 줬습니다. ‘글로리아’ 대본을 읽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굉장히 요즘 시대에 맞는 작품이죠. 젊은 감각의 대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고 좋은 작품에 출연해 즐겁습니다.”

정원조는 극중 유일하게 1인 1역을 맡았다. 그만큼 그가 맡은 캐릭터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에게 이유를 묻자 “연출과 관객이 해석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해석을 존중하고 싶다는 정원조의 깊은 뜻을 엿볼 수 있었다. 정원조는 이어 극중 인물에 대해 소개했다.

“대본 자체에도 로린의 인종이 불확실하다고 나와 있어요. 로린 자체도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일한 단서라면 엄마가 멕시코 사람이라는 점이죠. 인도계 피가 섞인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로린이 하는 팩트체킹이라는 일 자체가 메인이 아닌 서포트죠. 그렇기 때문에 주류의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원조2

로린은 작품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순간 등장한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면 긴장감 가득한 적막이 깨지고, 객석 중간중간에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정원조도 로린이 극에 웃음을 전하리란 걸 예상했을까. 대답은 “아니다”였다.

“관객분들이 로린을 보고 웃는 건 반복되는 상황이 재밌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도 똑같은 패턴으로 들어오는 게 재밌는 상황이긴 하죠. 그렇지만 로린이 웃긴 캐릭터는 아니에요. 캐릭터가 웃긴 게 아닌 로린이 등장하는 상황이 재밌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끝날 무렵, 로린은 옛 동료를 우연히 다른 곳에서 마주친다. 그곳에서 로린은 객석을 등진 채 동료와 얼굴을 마주한다. 객석에게 등을 보이는 액션은 공연에서 굉장히 큰 동선 중 하나다. 정원조는 “뒤돌아있던 건 연출의 디렉팅이었다. 큰 동선이라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다시 한 번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했다.

“로린은 회사 내에서 존재감도 없고 같이 일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죠. 존재감 없는 애들이 잘 된 친구를 보면서 ‘못된 친구’라고 얘기해봤자 본인만 웃긴 사람이 되잖아요. 그리고 결국 모두 잘 된 친구와 친해지려고 합니다. 로린도 그런 상황에 놓인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현대인들은 계속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다. ‘글로리아’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지만, ‘글로리아’ 속 부재는 부재일 뿐이다. 그래서 극중 인물들 역시 관객들에게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정원조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고, 사회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켄드라의 대사를 언급했다.

“켄드라는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해요. 대사 중 ‘우리가 누구 밑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있어요. 소위 줄을 잘 서야 된다고들 하잖아요. 그 사람이 지닌 타이틀이 대접받는 상황이 너무 와 닿았습니다. 또 켄드라가 ‘우리도 복도 끝 애들만큼 능력이 있는 걸 보여줘야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그들도 다들 잘났다고 하지만 복도 끝 사람들보다 존재감 없다는 뜻이죠. 결국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거예요. 근데 그런 애들이 마일즈와 글로리아한테 함부로 대해요. 아이러니하죠.”

누군가의 실패가 또 다른 이에겐 성공의 발판이 되곤 한다. 실제로도 빈번히 볼 수 있는 잔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2막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밟고 밟히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펼쳐진다. 성공의 깃대를 뽑는 건 다름 아닌 낸이다. 낸은 1막에서 펼쳐진 끔찍한 현장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성공한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겐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제가 지금보다 어렸다면 낸이 굉장히 싫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나니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낸 같은 사람도 있어요. 근데 그걸 꼭 나쁘다고 해야만 할까요? 만약 대중들이 원하는 걸 낸이 제대로 꿰뚫은 거라면 그걸 이용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건을 두고 말하는 여러 이야기들 중 어떤 게 진실인지는 몰라요. 낸의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해도 결론적으로 대중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잘 포장했잖아요. 시간이 흐르다보면 제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 아니란 걸 알게 되곤 합니다. 누구나 사는 데 다양한 방식이 있는 거죠. 낸은 그런 방식으로 사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걸 틀렸다고 바꿔야한다고 하는 게 오히려 폭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원조1

정원조는 무언가를 상대할 때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다.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관계없이 그는 진지하다. 정원조의 진지함이 심각하거나 부정적인 게 아님은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그저 솔직하다. 그런 정원조는 “아직도 하나하나 수련하는 느낌이다. 아직까지도 뭔가를 향하는 과정을 진행 중인 것 같다”며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아직도 뭔가를 계속 찾아가고 있는 기분이에요. 작품을 고민하다보면 저 자신 뿐 아니라 사람들, 인간관계,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죠. 어떻게, 왜 살아야 할까 생각해요. ‘글로리아’가 그런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이런 고민들을 같이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더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정원조는 최대한 답을 아낌으로서 관객들에게 여운을 전했다. 그는 “‘글로리아’가 잘 됐으면 좋겠다. 전석 매진을 바란다. 많이 보러 와 달라”고 웃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누군가는 ‘글로리아’를 보며 속상할 수도 있고 공감하며 눈물 흘릴 수 있다. 혹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원조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사회에 버림받아 스스로를 버리는 글로리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에디터 이승현 seen126@ / 사진 백초현 poolcho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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