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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YAM] ‘유럽블로그’, 진정한 여행의 완성은 ‘친구’

유럽블로그_조풍래 김동현

 

여행은 굳이 떠나지 않고 설렘을 안겨준다.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하고, 꿈꾸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지침을 단번에 씻겨준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나요”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여행의 ‘여’자도 꺼내지 못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일에 치여서, 경제적인 부담감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대리만족을 안겨주며 또 다른 행복을 일깨워준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에 취업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동욱은 불현듯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그곳에서 여행블로거라 자신을 소개한 희한한 형 종일을 만난다. 종일뿐만 아니라 동욱은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 버린 여자친구 단비를 찾아 난생처음 여행이라는 것을 하게 된 석호와 조우한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거부했지만 이내 하나로 녹아든 이들은 소소한 추억을 쌓아간다.

인연이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지 알 수 없기에 소중하다. 동욱이 종일을 만나고, 석호를 만난 것도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전혀 접점 없던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낯선 땅 ‘유럽’을 찾아, 인연을 만들고 추억을 하나 둘 늘려나간다. 변수들이 튀어나올수록 잊히지 않는 추억은 한 보따리 챙기게 된다. 어느새, 여행의 목적을 잊고 있는 그대로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에 이른다.

이번 공연은 여행 감성을 자극하기보다는 ‘인연’에 더 집중한 모양새다. 여행을 떠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찾고자 하는 것도 저마다 다르다. ‘유럽블로그’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관객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인연’에 작품이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또렷한 캐릭터의 차진 호흡 탓일 터.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더없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럽블로그’는 관객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여행을 책으로 배운 동욱을 깨운 건 종일의 ‘깨방정’이다. 종일은 자신의 여행 철학을 동욱에게 강요한다. 그러나 그의 강요가 부담스럽거나 거북스럽지 않은 까닭은 그의 유머러스한 성격이 행동과 말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종일은 여행이란, 행복이란 적금이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고 외친다. 유럽 곳곳을 누비며 깨달은 종일의 경험이 묻어나는 대사는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런 친구 한 명 있으면 여행, 참 재미있겠다”

유럽블로그_강태을 김수로 김기방

종일뿐만 아니라 ‘유럽블로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극을 탄탄하게 만든다. 정보통으로 손색이 없는 동욱은 시시때때로 ‘장학퀴즈’를 연상케 하는 정보를 술술 쏟아낸다. 석호와 종일은 동욱의 진지함에 웃음을 더하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석호의 활약도 눈부시다. 백치미 넘치는 그의 순박함은 처음 여행길에 오른 이의 실수담을 엿보는 듯 생생하고 흥미롭다. 세 사람이 뭉치며 매 순간 웃음꽃이 피어난다. 때로는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는데 그 순간 우리네와 다르지 않은 고민으로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듯 ‘유럽블로그’는 캐릭터에 의존한 채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음악극을 표방한 작품은 음악의 매력을 강조하기보다는 캐릭터에 기대 여행을 노래하고 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나, 충분히 더 활용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고 단순히 거리의 악사, 배경음악의 연주로 그쳐 못내 아쉬움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가창력에 따라 넘버의 매력이 갈리는 것은 안타깝다. 각자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가창력은 한 데 어울리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양성한다. 이는 결국 음악극 ‘유럽블로그’에 치명타를 입히며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작품이 가진 매력으로 손꼽히는 음악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바라는 마음은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 더욱 확고해진다.

초연과 재연을 거쳐 삼연에 이른 ‘유럽블로그’는 많은 부분에서 다듬어지고 있다. 작품이 관객의 잠든 여행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여행 이야기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물론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 만큼은 손실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다.

 

 

사진 출처 : 얌스테이지 DB

 

 

에디터 백초현 poolcho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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