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PLAY > Interview

[인터뷰YAM #1] ‘까사 발렌티나’ 문성일, 크로스 드레서에 담은 진심

문성일

 

일곱 명의 남자가 뉴욕 캣츠킬 산맥에 있는 한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여든다. 이들은 나이도, 직업도 제 각각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크로스 드레서(이성의 옷을 입는 사람)라는 것. 은밀한 취미를 공유하는 일곱 남자의 이야기가 무대로 옮겨져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등을 집필한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Harvey Fierstein)의 작품으로, 크로스 드레서와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오해를 유쾌하고도 도발적으로 풀어내 찬사를 받았다. 극에는 7명의 남자가 등장하듯 ‘까사 발렌티나’의  한국 공연에는 각기 다른 매력의 배우들이 이름을 올려 기대감을 더했다.

무대를 가득 채울 일곱 남자의 이야기 중 눈에 띄는 이가 있다. 극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여장을 한 채 무대에 오르는 글로리아다. 글로리아는 극중 가장 나이가 어린, 흔히 말해 젊은 캐릭터다. “이 친구의 성격은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라고 글로리아를 소개한 배우 문성일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문성일

# 문성일, 글로리아를 만나다

‘까사 발렌티나’는 문성일에게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한 작품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그가 차기작으로 ‘까사 발렌티나’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흥미를 자아내는 텍스트는 그를 잡아당겼고, 해봤을 법 하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여장은 그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처음에는 글로리아와 조나단 역을 제안받았어요. 초반에는 조나단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대본을 읽고 몇 번 연습을 해보니 글로리아를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죠. 차별점이 있다면 조나단은 크로스 드레서를 처음 경험해 보는 친구라는 점이고 글로리아는 오랫동안 크로스 드레서를 취미로 삼아왔다는 것이에요. 무엇보다 글로리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장을 한 채 무대에 등장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문성일은 현재 연극 ‘킬미나우’에 출연 중이다. 극중 라우디로 분해 매일 같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연습과 공연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도 그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외려 더 열정적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문성일은 “더블, 트리플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연습에 참여했으면 더 수월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이내 “오후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니 오전 연습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문성일이 맡은 글로리아는 극중 나이가 가장 젊다. 조나단과 30대로 등장하는 글로리아는 당당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대본에는 ‘여자, 남자에게도 성적 매력이 충만한’ 인물로 표현돼 있다. 문성일은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을 빌려 글로리아를 설명했다. 그는 “외적인 섹시함이 아니라 마음이 섹시한 그런 캐릭터”라고 정의 내렸다. 솔직하고 당당한 글로리아와 문성일은 어느 정도 닮았을까.

“상대방에게 조언하는 방법이 비슷한 것 같아요. 냉정할 때는 냉정해지지만 솔직하죠.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비슷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크로스 드레서가 아니라는 거예요. 실제로 글로리아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리더십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글로리아와 달리 앞에 나서기보다는 서브 역할을 많이 했어요.”

 

문성일

# 평범함에 대해

다양성이 인정되는 요즘, 공연계에도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크로스 드레서다. 평소 크로스 드레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다던 문성일은 ‘까사 발렌티나’를 통해 그들이 더욱 궁금해졌다고 한다.

“‘까사 발렌티나’는 ‘크로스 드레서란 이런 사람들’이라고 설명해주는 작품이 아니에요. 크로스 드레서는 단지 장치일 뿐이죠.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의 마음, 인간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마지막 발렌티나가 ‘평범하고 싶어’, ‘평범함이란 무엇일까’라는 말을 해요. 크로스 드레서를 지우고 이들을 바라보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장치에 현혹되지 않길 바라는 문성일의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크로스 드레서를 관객에게 설명해주는 작품이 아니듯, 글로리아를 연기하는 문성일의 마음가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문성일에게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그는 “무언가를 포기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함이란 가치의 문제잖아요. 사람들은 살아온 환경이 다르듯이. 직업적으로 제가 배우를 하고 있으니 저에게 평범함이란 일상적인 삶이에요. 오늘처럼 비오는 날, 카페에 와서 구경하고 거리를 거닐고 수다를 떠는 것이죠. 직업의 특성상 언제 어느 곳에서나 언행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평범함을 더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날 문성일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카페 내 인테리어 소품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평범함이란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카페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그림과 화초에 눈을 떼지 못 했다. 극중 글로리아의 취미가 크로스 드레스인 것과 달리 문성일의 취미는 소소함, 그 자체였다. “술을 마시지 못하고, 게임을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한다. 취미는 돌담길을 걷거나 전시장 다녀오기, 사람들과 만나서 노닥거리는 것 등 평범하다”는 그의 말이 어쩐지 정겹기까지 했다.

 

DSC_0102

# 너와 내가 만나 우리란 이름의 ‘까사 발렌티나’

‘까사 발렌티나’에는 배우 윤희석을 비롯해 최대훈, 박정복, 한세라, 정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캐스팅 발표 당시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이색적인 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성일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모여 있다 보니 신기했다. 연극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이니 대극장 못지않다. 이름 외우는 것도 힘들었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나이에서 오는 어색함은 분명 존재해요. 저보다 나이가 어린 배우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죠. 항상 제가 막내였는데 이제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니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조심스럽더라고요. 선배들과 작업을 할 때는 깍듯하게 대하는 것도 있고, 제가 잘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하면 됐는데 지금은 중간에 껴 있는 입장이다 보니 못하면 안 될 것 같고, 동생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그래서 동생들이 더 어렵죠.”

‘까사 발렌티나’는 문성일에게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 다가왔다. 크로스 드레서부터 다수와 함께 하는 작업, 그리고 연출 성종완과의 만남도 그랬다. 문성일은 ‘까사 발렌티나’를 통해 성 연출과 첫 호흡을 맞춘다. 성 연출은 연극 ‘트루웨스트’ 이후 문성일이 두 번째로 만난 배우 출신 연출이다. 그는 “감수성이 넘친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독특한 것 같다”면서 “생각보다 유쾌하다. 웃음도 많고 배우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성 연출을 소개했다. 그의 소개에서 성 연출을 향한 애정이 짙게 묻어 났다.

“연출님이 저를 많이 좋아하세요. (웃음). 극중 역할과 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에게 들어오는 노트 대부분이 ‘좋다’라고 적혀 있어요. 연출님은 배우들 의견에 열려있고 잘 흡수해줘요. 의견을 함부로 내치지도 않아요. 여장을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의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예의주시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문성일

많은 인원이 함께 만드는 공연, 배우들의 의견에 열려 있는 연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문성일은 “장점은 여러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조합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의 말처럼 여러 의견을 하나의 생각으로 합의하는 것은 이들에게 가장 큰 숙제였다. 그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중 최고를 찾아내는 것은 연출의 몫이죠.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며 연출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최고를 찾는 작업은 연출의 몫으로 남겨둬도, 그 만의 고민은 여전히 유효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잘 맞느냐’라는 것이에요. 여장하는 남자라는 점 때문에 ‘여성스럽다’라는 것이 자꾸 헷갈려요. 여자들 중에도 그 사람만의 캐릭터가 있잖아요. 팔자로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죠. 그런데 남자들이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기다보니 말투나 제스처가 겹치더라고요. 여성스러움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말이죠. 외적인 모습만 해도 그런데,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이를 위해 문성일은 지구력을 강조했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배우들이 연기하고자 하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기 위해선 근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배우들이 무대에서 버티지 못하면 관객도 못버틴다”라며 작품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대답에는 많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글로리아가 되기로 마음 먹은 순간, 거짓으로 연기하지 않기 위해 골몰한 흔적이 대답 곳곳에 녹아 있었다.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다가도 이내 재빨리 자신의 말을 쏟아낼 때는 거침이 없었다. 오랫동안 고심한 생각이 한순간에 정리 돼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그의 말들이 유려하게 흐르며 넘실댔다.

문성일을 고민에 빠뜨린, 그러면서도 재미를 일깨워준 ‘까사 발렌티나’는 오는 21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자칫 여성 비하나 편협한 시각이 담기지 않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글로리아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길 기대해본다.

 

(인터뷰 #2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에디터 백초현 poolchoya@naver.com

<저작권자 © 얌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imilar Article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