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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1]‘젊음의 행진’이 강동호에 미친 영향

 

어린 시절 무료함을 달래주던 만화영화 ‘영심이’의 주인공 영심이가 뮤지컬 주인공이 됐다. 영심이는 콘서트 ‘젊음의 행진’을 제작한 어른으로 성장했고, 공연 당일 우연한 ‘사고’로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자락을 차지했던 왕경태와 재회한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끊어져 버린 인연의 끈을 다시 엮어 나간다.

배우 강동호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왕경태 역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해바라기 같은 남자”라 극중 인물을 소개한 그는 영심이와 경태처럼, 끊어진 줄 알았던 인연의 끈을 다시금 꽁꽁 여며 매고 작품과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 사랑은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이 중요

올해로 ‘젊음의 행진’은 11주년을 맞이했다. 11년을 관객과 함께 하는 동안 많은 배우들이 참여해 무대에 올랐고, 흥겨운 공연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대표적인 주크박스 뮤지컬로 손꼽히며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음의 행진’은 변화를 거듭하며 시대에 발맞춰 나갔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사실 인연이 없어서 공연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하이틴 뮤지컬’ 느낌이 들더라고요. 20대 중반이 지나면서는 ‘젊음의 행진’과 저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들어서.(웃음)”

 

 


자체 ‘안녕’을 고했던 ‘젊음의 행진’과 강동호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끊어진 줄 알았던 인연은 사실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강동호는 지난해 공연된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서 류 요이치 역을 맡았다. 극중 류 요이치는 야쿠자 생활을 해 상처도 많고 어두운 인물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도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강동호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밝은 느낌의 ‘젊음의 행진’에 끌렸다”고 털어놨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해요. 예전에는 제가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만 보고 선택했죠. 지금은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같이 하는 사람도 중요하고, 제작사도 그렇고, 외적인 조건도 따져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기인 것 같아요. 사랑도 타이밍이라고 하잖아요. 작품도 그래요. ‘젊음의 행진’과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인연이 돼 이렇게 하고 있잖아요. 제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블데드’를 하고 있을 때 ‘젊음의 행진’ 제안이 들어왔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예요.”

 


확실히 달랐다. 극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강동호의 선택은 깜짝 선물과도 같았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의외의 캐스팅이 나일 수 없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강동호 역시 이러한 도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막연하게 극중 인물에 대해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대로 생각했어요. 막상 대본을 받아보고, 연출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고요. 연출님이 ‘요즘 고등학생들은 이렇게 하지 않지만, 우리는 만화 원작에 가깝게 또는 나아가 5세 수준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셨어요. 첫 연습하고 ‘멘붕’을 겪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연기에, 연습 초반 자꾸만 자아가 ‘훅’하고 들어와 난감했어요. 연기할 때 나오는 제 목소리를 저 자신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극복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강동호에 숨겨져 있던 ‘10원어치의 용기’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그는 조금씩 새로운 옷에 적응해 나갔고, 금세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니 그제야 자신이 고른 새 옷에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젊음의 행진’의 재미를 몸소 느끼게 됐으니 이제는 캐릭터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 찾아왔다.

“현재의 경태와 과거의 경태, 그 차이를 크게 둘수록 효과가 있더라고요. 극단적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것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준비했어요. 얼마나 잘 표현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영심이를 향한 일편단심, 너무 좋아죽겠다는 그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 최대한 노력했어요.”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땀방울로 가득 채운 연습 과정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기 위해 강동호는 성공적인 첫 공연으로 결실을 보여야 했다. 그는 “첫공 날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떨렸다. 많이 떨었다”고 회상했다. 제 아무리 만전의 기해도 ‘처음’은 언제나 떨리는 법. 특히 강동호에게 ‘젊음의 행진’ 첫 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 더욱 떨렸다고.

“대극장 무대에 서는 것도 오랜만이고,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 ‘젊음의 행진’ 성향도 다르고. 저에게 편한 옷은 아니었어요. 여러 요소가 합해져 긴장을 많이 했어요. 긴장을 하면 외려 실수는 안하는 편이에요. 실수는 안하는데 굳어져 ‘잘’ 하지는 못하죠.(웃음)

# 그 시절 경태가 사랑했던 그 소녀

만화 ‘영심이’에서도,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도 경태는 영심이만 바라본다. 응답 없는 영심이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자신의 마음을 꿋꿋이 지켜내는 경태의 모습은 잊고 있던 첫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공연에서 영심이는 신보라, 김려원이 맡아 연기한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이지만 경태에게 있어서만큼은 한결 같은 ‘사랑’으로 풋풋함을 더한다.

“신보라 배우의 경우, 왈가닥 여고생의 느낌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주변에 한 명 쯤은 있을 법한 그런 친구처럼. 굉장히 웃겨요. 그런 모습이 영심이와 잘 맞죠. 김려원 배우는 어린 영심이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표현해요. 그러면서도 현재 영심이가 느끼는 고민이나 갈등, 심리적 변화도 잘 표현하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영심이는 경태에게 특별한 존재다. 강동호는 “둘도 없는 소꿉친구이자, 챙겨줘야 하는 여동생, 또는 위로가 돼 주는 누나이기도 하다. 물론 설렘을 안겨주는 여자친구”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지만, 경태는 16년 동안 잊지 않고 가슴에 오롯이 새겼고, 다시금 인연을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듯, 살기 바쁘고 그러다보면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점점 더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놓친 것을 생각해보면 너무 많죠. 하지만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잖아요. 지금이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려고요.”

# 새로운 ‘추억’을 써내려가다

경태와 영심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강동호의 학창시절이 궁금해졌다. 강동호는 “굉장히 재미없게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랑스럽게 보내지 못했다. 공부를 정말 안했다”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는 밴드 활동을 했다. 음악하고 친구들과 놀기만 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게 직업이 됐다”고 말한 뒤 웃어보였다.

음악을 좋아했던 소년은 ‘음악’이 생명인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젊음의 행진’에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당시 유행했던 대중가요가 곳곳에 포진돼 있다. 듣기만 해도 몸이 저절로 반응하고, 흥얼거리게 되는 추억의 노래들로 채워진 작품은 ‘추억 소환’ 뮤지컬로 11년째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음의 행진’ 마지막에 나오는 ‘그대와 함께’를 좋아해요. 영심이와 경태가 처음으로 서로를 향한 마음이 맞닿게 되는 순간에 나오는 넘버죠.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에서도 제루샤와 제르비스가 서로의 마음을, 존재를 확인할 때 나오는 넘버를 좋아하거든요. 로맨틱한 걸 좋아해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도 마츠코와 류가 부르는 ‘너와 함께라면’ 듀엣곡도 마찬가지예요.”

‘젊음의 행진’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지누션의 ‘말해줘’, 핑클의 ‘영원한 사랑’ 등 추억의 노래를 듣는 재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진 무대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극중 경태로 분한 강동호는 자세히 보면 다양한 장면에서 깜짝 등장해 존재감을 발휘한다.

“주윤발로 나올 때 관객 반응이 좋아요. 주윤발이 총을 들고 무대에 올라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는데 많이들 웃어주더라고요. 일단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하잖아요. 그게 정상훈 배우가 ‘젊음의 행진’ 할 때 만든 가사라고 해요. 말도 안 되는 가사죠. 그때의 유행어로 만들어진 엉터리 중국어가 웃음 포인트가 됐어요.”

영심이와 경태의 이야기는 콘서트 ‘젊음의 행진’과 맞물려 진행된다. 시대를 대변하는 곡들이 빠르게 플레이되고 무대 전환도 순식간이 이뤄진다. 격한 안무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의 숨소리는 극이 진행될수록 더욱 거칠어진다. 많은 이들의 땀방울이 모여 ‘젊음의 행진’의 흥은 절정에 이른다.

“‘젊음의 행진’ 출연 전에는 밝고 신나는, 그러면서도 적당히 감동적인 작품으로 알고 있었어요. 막상 출연하고 보니 생각보다 따뜻함의 깊이가 깊더라고요. 묵직한 무언가 느껴지죠. 개인적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할 때 삶의 행복감이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공연을 하고 나면 벅찬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관객에게 좋은 기운을 얻고 집에 돌아가고 그랬는데 ‘젊음의 행진’도 그래요. 굉장히 신나고 스트레스도 풀리죠. 정말 따뜻한 극이에요. 그런 영향이 저에게도 어느 정도 미치는 것 같아요.”

의외라 생각했던 캐스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강동호는 자신과 맞지 않은 옷을 받아들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옷에 자신을 맞추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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