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 Talk]‘젊음의 행진’ 전민준, 상남이는 너무 예뻐

예쁘다 :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예쁘다’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상남이’다. ‘상남이는 너무 예뻐’를 흥얼거리는 반 친구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100% 이해되는 순간들이 ‘젊음의 행진’ 속에 가득하다.

‘젊음의 행진’은 배금택의 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작품은 어느덧 35세가 된 주인공 영심이가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추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주크박스 뮤지컬로,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지누션의 ‘말해줘’ 등이 극을 채우고 있다.

전민준은 지난 2007년 초연된 ‘젊음의 행진’에서 상남이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시즌을 거듭한 작품과 함께 전민준 역시 상남이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영심이와 경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상남이의 존재감은 둘 못지않으며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상남이는 너무 예뻐

극중 상남이는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다.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철새 같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상남이의 매력 포인트다. 시험 시간에 상남이가 보인 태도가 그 예다.

반 친구들은 영심이가 화학 공식을 외웠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한다. 그에게 화학 공식을 배우려 안간힘을 쓴다. 상남이 역시 이에 반응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이후 상남이는 다른 친구들과 다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끈다.

월숙이는 영심이가 외운 화학 공식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의 날카로운 지적에 친구들은 흔들리고 영심이가 아닌 월숙이 편에 선다. 이어 잘못된 공식을 외운 영심이를 질타한다. 상황은 한 순간에 역전됐다. 한 번도 자랑한 적 없던 영심이었지만 반 친구들의 점수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된 그는 틀린 정보를 제공한 이유로 죄인 취급받는다.

영심이 뒤엔 오직 상남이만 남아 있다. 상남이는 마지막까지 영심이 뒤에 서서 그와 함께 한다. 상황을 판단하는데 있어 다른 이의 말을 듣기 보다는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스타일인 상남이는 영심이에게 묻는다. ‘어떻게 된 거냐’고. 갈대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상남이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상남이는 다수의 반응에 휩쓸리지 않는다. 교생 선생님이 등장하자 아이들은 물론이고 담임선생님까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목소리 톤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한다. 반면 상남이는 예외다. 상남이는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가슴을 활짝 펼친 당당한 자세로 시종일관 유지한다. 보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해질 정도.

또한 상남이는 나설 때를 안다. 시종일관 자기 말만 늘어놓는 사람, 분위기 깨고 자기 이야기를 펼쳐놓는 사람,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분위기를 깨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상황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존재한다. 상남이는 조금 다르다.

상남이는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일 줄 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교생 선생님에 궁금한 것이 많은 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교생 선생님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 월숙이가 입을 열면 즉시 상남이가 입단속을 시작한다. 조금 과격한 방법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지금은 교생 선생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상남이는 반 분위기를 단 번에 휘어잡는다.

# 상남이와 만난 전민준

이런 상남이는 전민준과 만나 입체적인 캐릭터로 생명력을 얻는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남배우가 치마를 입고 성큼성큼 달려 나온다. 별거 아닌 장면이지만 선입견을 깬 등장에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이어 짧은 단발머리를 한 번 휘저었을 뿐인데 은빛 가루가 쏟아져 내린다. 상남이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한 장면에 관객은 박수로 화답한다.

상남이는 도도하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누구와 마주해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이 상남이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전민준은 그런 상남이에 최적화된 배우다. 대사가 많지 않아도 서 있는 자태부터 아우라가 남다르다.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인상을 강하게 쓰고 있지 않는데도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상남이는 흔히 말하는 미인(美人)은 아니다. 하지만 ‘상남이는 너무 예뻐’하는 순간 그 미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전민준은 상남이를 연기함에 있어 순간의 표정과 몸짓에 모든 것을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전민준이 그린 상남이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모습도, 남성의 모습도 모두 담아내는 그의 연기는 ‘상남이는 상남이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렇듯 상남이를 표현하는 모든 수식어가 전민준과 맞아떨어진다. 사람 전민준이 아닌 상남이를 연기하는 ‘젊음의 행진’ 무대 위 배우 전민준과 닮아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전민준은 그렇게 상남이에 녹아들었다. 한 작품에 한 배우가 오랜 시간 출연하다보니,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데 전민준의 상남이는 여전히 관객의 기대감을 자아내며 믿고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안겨준다.

 

사진 제공 : PMC프러덕션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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