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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뷰

[인터뷰YAM #1]‘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신재범의 기특한 성장

*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은 배우가 있다. 존재감 제대로 알리고 이름 세 글자를 관객에 각인시킨 것은 물론이고 차기작에도 관심을 두게 한 배우, 바로 신재범이다. 현재 신재범은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이하 너빛속)에서 김건덕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후 입대를 선택, 제대 후 곧바로 ‘무한동력’에 출연해 여전한 실력을 자랑하며 뮤지컬 무대로의 복귀를 알렸다.

‘너빛속’은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 트로피와 MVP를 모두 품에 안은 천재 투수 김건덕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야구 뮤지컬이다. 신재범은 극 중 김건덕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건덕은 청소년 야구 국가 대표팀 주전 에이스이자 ‘제2의 선동열’이라 불리는 투수 유망주로,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가 끝난 뒤 절친한 친구 이승엽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운명 앞에 당당히 맞서는 캐릭터다. 신재범과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천재 투수, 김건덕과 만나다

“제작사 측에서 연락이 와 ‘너빛속’에 합류하게 됐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는 김건덕보다 이승엽이 저와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많은 분이 ‘김건덕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칭찬해주더라고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그의 인생에 제 연기가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만큼 열심히 분석하고 작품을 준비했어요. 지금은 신재범이라는 사람에 김건덕을 입히려 노력하고 있어요.”

‘너빛속’은 지난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공연으로 선정됐으며, 다음 해인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 재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신재범은 “전 시즌 공연을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공연에 참여한 김지철 배우와 뮤지컬 ‘판’ 리딩공연을 함께 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뮤지컬로 알고 있었다. 야구를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 궁금했다”고 운을 뗐다. 이렇듯 야구와 뮤지컬의 조합은 신재범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만 챙겨보는 정도였어요. 그다지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죠. ‘너빛속’을 하게 되면서 야구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야구에서 투수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인 줄도 몰랐어요. 홈런을 치고 점수를 내는 것은 타자잖아요. 투수는 방어하는 입장이고요. 이렇게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줄 그때는 몰랐죠.”

신재범은 ‘너빛속’과 함께 야구를 배워 나갔다.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천재 투수’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극 중 인물을 오롯이 그려내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나갔다. 그는 “투구 자세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야구를 한 적은 없지만, 자료도 많이 찾아봤고 주변에 자문도 많이 구했다”고 털어놨다. 부족한 지식은 연습으로 채웠다. 그러다 보니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고.

 

 


“모션으로만 연습하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갔고, 염증이 생겨 굉장히 아팠어요. 어깨가 아파 야구를 할 수 없는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데 실제로도 제가 어깨 통증을 느끼니 더욱 인물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체력적인 한계는 극복하기보다 즐기려 해요. 워낙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공연이 끝나고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있는 것도 좋더라고요. 굳이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 더 움직이고 그래요. 역동적인 편이죠.”

# 김건덕을 입은 신재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원하는 야구를 하고, 그 야구로 인정도 받았다. 세계 대회에 출전해 MVP를 손에 쥐고 돌아왔다. “굉장히 굳센 인물”이라고 극 중 인물을 소개한 신재범 말처럼 야구가 전부였던 김건덕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다.

 


“건덕이는 귀여워요. 개인적으로 귀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건덕이는 귀엽죠.(웃음) 순수한 면도 있고요. 경쟁할 때도 그렇고, 좋아하는 여자를 대하는 모습도 그래요. 사실 어떤 면에서는 대나무 같은 단단함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비유하자면 그래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아이 같지만, 뿌리가 깊고 단단하게 박혀 있어 쉽게 뽑을 수 없는 강인함도 느껴지죠.”
 
극 중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신재범은 김건덕의 삶을, 그리고 그의 학창시절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전반적인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고 말한 그는 김건덕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신재범은 대본을 읽고 ‘그렇구나’라며 넘어가기보다는 ‘이 아이는 왜 이럴까’라며 극 중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애썼다. 이러한 노력 덕에 그와 만난 김건덕은 더욱 옹골차게 여물어 관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김건덕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어요. 그때의 감정을 더욱 부각시키려면 앞에서 건덕이가 더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야구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천재’ 소리를 들으며 야구를 한 만큼 건덕이는 자존심도 강했을 것 같았어요. 친구인 승엽이가 주목받는 타자다 보니 그것에서 오는 경쟁심도 있었겠죠? 내면에 그런 감정들을 가진 상태에서 승엽이와는 절친으로 지내고, 즐거운 모습도 많이 보여줘야 나중에 힘든 상황이 찾아왔을 때 건덕이가 보인 행동을 관객 역시 공감해줄 거라 믿었어요.”

신재범은 극 중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다. 장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품과 마주했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풀리지 않는 장면도 존재했고, 그때마다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면이 이해되지 않은 채 무대에 올라 연기하면 관객에게 물음표만 남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신재범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작업에 몰두했다.

 


“감독님이 돌아가시고, 건덕이가 스크랩북을 보는 장면이 특히 그랬어요. 스크랩북의 존재를 건덕이가 알지 못한 채 감독님이 돌아가셨잖아요. 그 장면에서 연출님이 요청한 것은 ‘주저앉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사람이 얼마나 슬퍼야 주저앉아 버릴까 가늠이 되지 않았어요. 아직 경험해 본 적 없는 감정이었기에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지금도 몰입이 안 되면 연기하기 힘든 장면 중 하나예요.”

열심히 분석했다. 만만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고, 매번 새로운 고비가 신재범 앞을 가로막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고, 극 중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갔다. 그럼에도 신재범은 “80% 정도 이해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김건덕과 이승엽, 그리고

‘너빛속’은 김건덕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지만, 김건덕의 삶은 그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이승엽,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았던 감독님, 든든한 지원군이자 의지할 수 있었던 친구 효정이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김건덕의 삶을 가득 채워준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신재범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자 그제야 웃음기 띤 얼굴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정의제, 이호석 배우의 이승엽은 정말 달라요. 이호석 배우의 승엽이는 경쟁심은 있지만 라이벌 이전에 친구예요. 진짜 친한 친구 같아요. 같이 잘 놀아줘요. 건덕이가 엉뚱한 행동을 하면 같이 엉뚱해져요. 어쩌면 건덕이보다 더 발랄하고 엉뚱한 것 같아요. 정의제 배우의 승엽이는 친구의 감정보다 경쟁심이 더 큰 느낌이에요. 형 같아요. 건덕이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러지 마라’며 절제시키고 말리죠.”

 


‘야구’라는 공통점은 두 사람을 친구로 엮었지만 동시에 라이벌로 등을 지게 한다. 잔인한 운명 앞에 놓인 김건덕과 이승엽은 추계대회에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고 서로의 위치와 가야 할 길을 깨달으며 멀어진다. 있는 힘껏 던진 공을 승엽이가 쳐내고, 그 공은 멀리 날아가 홈런을 기록한다.

“하겠다고 해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건덕이도 무서웠을 것 같아요. 정말 팔을 못 쓰게 될 것 같고, 이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겠죠. 또 여기서 지면 안 되는데 승엽이가 홈런을 쳐 버리잖아요. 자신의 마지막 경기조차 그렇게 패배로 끝나버려요. ‘부서져라, 짓밟힌 내 인생아’라는 가사가 있는데 딱 그래요. 정말 짓밟힌 느낌이죠.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는데 그게 저를 위한 환호성이어야 하는데 아니잖아요. 허탈함에 웃음이 새어 나오고 또 동시에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김건덕에게 환희와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 존재는 비단 이승엽만이 아니다. 홍감독 역시 그러한 감정을 제공하는 당사자 중 한 명. 이번 공연에서 홍감독 역은 윤석원, 박준후 배우가 맡아 신재범과 연기 호흡을 주고받는다. 특히 윤석원 배우와는 전작 ‘무한동력’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한차례 호흡을 주고받은 바 있어 남다른 케미를 자랑하고 있는 중.

“‘무한동력’ 끝나고 다음 날 ‘너빛속’ 첫 연습이 있었어요. 윤석원 배우가 ‘무한동력’ 막공날 ‘오늘 술 마실 거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연습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죠. 그때는 석원 배우도 ‘너빛속’을 하는 줄 몰랐어요. 본인도 그 연습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아는 배우들이 없는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잖아요.”

 


인연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아버지는 감독님으로, 아들은 야구 선수로 역할을 바꿔 같은 무대에 올랐다. 신재범은 윤석원을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극 중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이 많다. 그럴 때면 눈을 떼기가 싫다”며 “그만큼 윤석원 배우와 연기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애정은 윤석원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윤석원 배우는 전작에서 아버지로 만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감독님 같으면서도 아빠 같아요. 박준후 배우와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정말 웃긴 형이에요.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감독님 같지 않고 형 같은 느낌을 주죠. 모니터할 때도 느낀 거지만 굉장히 젊어 보여 감독님이 아니라 현역 선수 같아요.(웃음)”

 

 


김건덕을 향한 홍감독의 사랑은 부모의 애틋함 못지않다. 모든 것을 잃고, 더는 야구 선수로 활동할 수 없어 좌절한 김건덕을 찾아와 다시 야구의 길로 이끈 이도 다름 아닌 홍감독이다.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 건덕이의 손을 다시 잡고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응원한다. 그러나 이미 상처 입은 김건덕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는 역부족이다.

“건덕이에게 야구는 오직 ‘야구 선수’였어요. 손을 다쳤고, 어깨가 망가졌으니 더는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좌절하죠. 감독님이 찾아와 다시 야구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 건덕이는 야구 선수만 생각해서 거절해요. 그래서 ‘코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되물어요. 귀를 의심한 거죠.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이미 만신창이가 돼버렸잖아요.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선수에게 야구를 배우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애틋함을 자아내는 인물 못지않게 분노를 이끌어내는 인물도 존재한다. 바로 아버지다. ‘너빛속’ 속 아버지는 그간 우리가 바라본 아버지와 조금 결을 달리해 관객에게 다가온다. 아버지는 건덕이에게 온갖 막말을 퍼붓는다. 상처가 되는 말은 물론이고 듣기 거북한 단어를 사용하며 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마저 불편하게 만든다.

“늘 들어온 말이었어요. 건덕이에게는 전혀 낯선 말들이 아닌 거죠. 극 중 인물을 굳세다고 표현한 까닭도 이 때문이에요.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서 꿋꿋이 야구를 해왔어요. 야구 경기를 할 때만큼은 즐거우니까요. 게다가 세계 대회에서 MVP를 받아왔잖아요. 이제는 인정해주겠지라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욕을 듣죠. 늘 그렇듯 한 귀로 듣고 넘겨요. 사실 아버지에게 좋은 말을 들을 거라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 그런 말을 듣고도 웃을 수 있었겠죠.”

 

 


늘 들은 말이기에, 기대하지 않았기에 웃어넘길 수 있었다는 말. 건덕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신재범은 다르지 않을까.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고, 이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비수가 돼 돌아온 것은 ‘감독님에게 돈을 받았다’는 아버지의 말이었다. 신재범은 “남들이 봤을 때는 저런 아버지이니까, 원래 그런 아버지이니까 저렇게 말한다고 흘려넘길 수 있겠지만 건덕이 입장에서는 아니다. 정말 자신이 이 자리에 온 것이 홍감독 돈 때문인 것 같아 그 대사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 차곡차곡 쌓아 올린 ‘너빛속’

인물의 이야기는 신재범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고, 생각의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작품을 향한 애정도 진해졌다. 작품의 매력으로 ‘넘버’를 꼽은 바 있는 그는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시간아 멈춰라’를 선택했다. 행복함을 노래하는 곡은 아니지만 신재범은 해당 넘버에서 극중 인물의 인간적인 솔직함을 느꼈다고.

 

 


“자신이 마주한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계속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그러다가 최악의 순간에 다다랐을 때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하죠. 그러한 모습이 인간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잖아요. 좋을 때는 더 좋았으면 하고, 힘들 때도 좋았으면 싶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죠.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으니 그제야 멈추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인간의 모습 같아 좋아요.”

김건덕의 솔직함은 신재범을 매료시켰다.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며 자신이 그린 극중 인물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너빛속’에는 ‘빛의 속도를 넘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라는 질문이 주어진다. 과거, 현재를 선택한 이승엽·윤효정과 달리 건덕이는 미래를 택했다. 배우 신재범은 어떨까. 그의 선택은 극 중 인물과 달리 ‘현재’였다.

“예전에는 미래도 궁금했고, 제가 보낸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행복했던 과거는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겨 두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어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제가 그때의 행복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미래 역시 알 수 없는 상태로 둬야 더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궁금하긴 하겠죠. 제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저의 운명이 달라질 텐데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면 미래로 가고 싶어지잖아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또는 미래로 가서 내 미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신재범 역시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에 만족하며 현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고. 그는 “제대 후에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열기 힘든 문을 힘들게 열고 무대에 섰는데 제대 후에 또 그 문을 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기회가 찾아왔다.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열기 힘들어 보였던 문이 제대도 하기 전 열려 버린 것이다.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 됐어요. 미래를 알았더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요.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행복한 그대로를 만끽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또 극 중에 ‘꿈이라는 것은 꼭 원하는 모습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신재범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꿈’과 마주했을까. 이 말에 신재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저는 운이 좋았다. 원하던 모습으로 이상으로 꿈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신재범은 극 중 인물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배우가 될 거야’로 꿈을 잡는다면 배우가 되지 못했을 때 ‘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하게 되죠. 반대로 ‘예술을 하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꿈을 설정한다면 배우가 아닌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 연출가 등이 되어도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의 생각에 따라 꿈이 이뤄지고 아니고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처럼 신재범은 ‘너빛속’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작품이 성공적으로 공연될 수 있을까 우려했던 마음도 잠시, 지금은 누구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또 열정적인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에 그의 눈부시고, 찬란한 성장은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되기를 응원해 본다.

 

 

 

사진 홍혜리·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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