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YAM #1]최미소, 여름에는 역시 ‘이블데드’죠

공포 영화의 계절 여름이 찾아왔다. 오싹함으로 더위를 날려주는 영화 한 편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공포 영화는 아니지만 여름이면 생각나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이블데드’다. B급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관객을 피로 물들이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블데드’는 동명의 B급 공포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2편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숲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들이 좀비와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야망 있는 고고학자 애니와 스캇이 3일 전에 꼬신 여인 셀리 역으로 상반된 캐릭터의 1인 2역을 맡은 배우 최미소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매력부자 ‘이블데드’

“지난 시즌에 린다 역으로 오디션 볼 기회가 있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이번에 새롭게 공연이 올라오면서 애니/셀리 역으로 함께 하게 됐어요. 저에게는 큰 도전이지만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죠. 생각보다 극중 인물과 캐릭터가 잘 맞더라고요.”

최미소는 그간 캐릭터 강한 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만족도 역시 상당히 높았다. 그는 ‘이블데드’에서 1인 2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웃음 포인트까지 책임져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어려운’ 역할일 수도 있지만 최미소는 외려 어려움에서 즐거움을 발견한 듯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블데드’의 매력은 정말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워요. B급 코미디 자체가 배우 본인의 매력을 어필할 기회의 장이 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공연 중 마이크가 고장이 나거나, 의상이 찢어지거나, 문이 열리지 않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런데 B급 코미디를 표방한 공연에서는 이 역시 배우의 순발력으로 얼마든지 공연의 한 장면으로 연출할 수 있어요.”

최미소에게 ‘이블데드’는 별 다섯 개를 줘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지난 시즌 애니/셀리 역을 맡은 배우 김려원, 신의정과의 친분이 호감도를 높이는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두 배우와의 친분으로 공연을 챙겨야 했고, 한 배우의 공연만 볼 수 없어 두 번 관람했다. 덕분에 최미소는 관객이 느끼는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한여름에 적당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코믹 요소도 갖추고 있는 작품이에요. 또 ‘이블데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네크로노미콘’이라 할 수 있는데 좀비들이 나타나 관객에게 피를 뿌리죠. 이런 이벤트가 관객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또 커튼콜도 빼놓을 수 없어요.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고 한바탕 잘 놀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신나요.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돼 참여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에요. 관객 호응에 따라 그날 공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만큼 관객 기여도가 높은 공연이라는 것도 ‘이블데드’의 매력 중 하나죠.”

‘이블데드‘는 B급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B급 정서로 가득 찬 작품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이블데드’는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배우들 역시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웃음 포인트로 녹여낸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B급 정서와 거리가 멀었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 정말 힘들었죠. 서사가 없는 이 역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콘텐츠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데드풀’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배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블데드’에서 저 역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처럼 최미소는 ‘데드풀’을 보고 깨달은 것을 곧 자신의 캐릭터에 적용했다. 특히 애니 캐릭터 구축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애니는 여전사 마인드로 ‘나는 이 극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또 “셀리는 공포영화를 보면 꼭 한 명쯤 있는 ‘제일 먼저 죽을 것 같은 인물’에서 캐릭터를 따왔다”고 귀띔했다.

“셀리는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전형적인 인물에 가까워요. 자기를 뽐내고, 스스로 우월하다고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어 셀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움이 돋보이도록 노력했어요. 또 애니는 주인공 애쉬 옆에 의존적으로 있는 캐릭터로만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주도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죠. 그래서 더 ‘나는 여전사다’라는 생각으로 애니를 연기하고 있어요. 언뜻 보기에는 터무니없어 웃길 수 있지만 말이에요.(웃음)”

애니와 셀리는 한 배우가 연기한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배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관객을 속이는 연기력을 요하기 때문. 최미소는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셀리 머리에 애니 옷을 입고 등장한다. 관객들이 그때 1인 2역을 맡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두 캐릭터의 출발점부터 달리했다.

“애니와 셀리, 두 캐릭터 모두 너무 극단적이라 어떤 캐릭터가 저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이 무서워요. 연기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셀리가 더 힘들었죠. 애니는 평소 익살스러운 제 모습과 비슷하거든요. 장난칠 때 저도 외화 더빙체를 사용해요. 반면 셀리의 행동은 저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들이라 처음 연기할 때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저는 제가 똑똑한 캐릭터라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외려 저와 셀리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애니와 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웃음)”

# 애니와 셀리의 선택

아이러니해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최미소에게 애니와 셀리의 모습을 모두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맹’하지만 사랑스러운 셀리와 당당한 여전사 스타일의 애니. 두 역할을 소화하는 최미소에게 극중 인물에 궁금했던 것을 모두 물어봤다. 진지하게 질문을 듣고 속 시원하게 답해주는 그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극중 셀리는 3일 전에 만난 남자 스캇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이블데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셀리는 왜 스캇을 따라 여행을 왔으며,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고 그에게 스캇은 어떤 남자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분명 클럽 같은 곳에서 스캇을 만났을 거예요. 셀리가 맹한 부분은 있지만 자신이 섹시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 부분에서는 결코 ‘맹’하지 않아요. 스캇이 충분히 매력적이라 그를 따라 여행을 갔을 거예요. 그는 인생에 있어 ‘즐기면 되지’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요. 셀리에게 중요한 것은 여행을 왔으니 재미있게 노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주목을 받는 것, 스캇의 관심을 받는 것뿐이에요.”

이번 공연에서 셀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남자 스캇 역에는 배우 우찬과 유권이 캐스팅 됐다. 두 배우와 연기 호흡을 주고받으며 최미소 역시 자신만의 셀리를 완성해 나갔다. 그는 “우찬 배우는 제가 생각했던 스캇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적극적이고 ‘나는 널 갖고야 말겠어’라는 서브 텍스트가 명확하다”며 “그렇기에 더 ‘나는 몰라요’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권과 붙었을 때는 또 다른 셀리가 나온다고.

“유권 배우와 처음 연습했을 때 ‘내가 너무 누나 아닌가’ 싶었어요. 그럴 거면 더 관능적인 셀리를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유권 스캇은 적극적이거나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내지 않아요. 조금 더 장난꾸러기 같죠. 스캇과 셀리의 케미, 드라마를 잘 드러내기 위해 저는 더 섹시하고 관능적이 느낌으로 셀리를 표현하고 있어요.”

선택은 배우의 몫이다. 선택의 결과 역시 배우가 감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미소의 선택은 탁월했다.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가 자리 잡고 있으니 누구와 만나도 캐릭터 강한 셀리를 완성시켰다. 그런 셀리에게 약점이 있다면 ‘게임을 못 한다’는 것뿐.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게임에 셀리는 늘 벌칙을 받는 입장이 된다.

“심지어 저는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요. 그런데도 매번 걸려요. 근데 재미난 것은 김려원 배우도 잘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셀리 캐릭터 때문에 게임에서 늘 지는 줄 아는데 아니에요. 저희는 정말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어요. 정말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다 보니 허벅지 핏줄까지 터졌어요.”

관객의 재미를 위해 마련된 즉흥 게임. 연습 기간에도 최미소는 벌칙을 피하고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정말 벌칙을 피하고 싶었다. 너무 괴로운데도 자꾸만 걸리더라. 타임을 외칠 뻔했다”고 털어놨다. “사전에 협의 후 무대에 오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최미소는 “약속된 것은 스캇에서 세럴에게 넘기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다 보니 재미를 위해 사전 협의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블데드’가 여름과 어울리는 까닭은 공포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좀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무대 위 배우들은 멀쩡하게 등장해 한 순간에 좀비로 변신한다. 좀비가 된 이들은 온몸이 뒤틀리고 걷기조차 힘든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그런데도 이들은 누구보다 여유롭게 무대를 활보하며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좀비가 되면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무너져요. 또 좀비는 몸의 중심축을 정하고, 그 부위가 중심이 돼 제일 먼저 움직이죠. 저는 좀비가 되기 전에 셀리를 연기했잖아요. 셀리의 특징은 섹시하다는 거예요. 그 특징을 살리기 위해 좀비가 된 뒤에는 제일 먼저 움직이는 몸의 중심축을 가슴으로 설정했어요. 좀비가 돼 ‘아임 쏘 섹시’라고 하는데 몸이 뒤틀려 있고 섹시함이 무너지니 관객 입장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움직임이 아니다보니 배우들도 몸을 충분히 풀고 무대에 오른다. 몸을 풀지 않고 좀비 동작을 취하면 경련이 찾아와 곤란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좀비 동작에 대한 연구와 준비 운동, 그리고 좀비가 되고 나서도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필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

이번에는 애니다. 애니에게는 최근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바로 에드다. 에드의 등장은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애니와 함께 있는 에드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무슨 말을 하려 해도 그 말을 온전히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말을 빼앗긴다. 애니가 대신 에드의 마음을 대변한다.

“애니도 에드의 말이 정확히 다 들리는 건 아니에요. 평소 애니의 성격이라고 보면 돼요. 가끔 에드의 말을 맞게 해석할 때도 있지만 틀리게 말할 때가 많아 거기서 웃음 포인트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장면이 애니와 에드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죠.”

에드라는 남자친구를 두고 애니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애쉬에게 빠져든다. 이번 공연에서 애쉬 역은 강정우, 김대현, 서경수가 맡았다. 최미소는 “매력이 넘친다”며 “애니가 애쉬에게 반하는 연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미 세 배우가 완벽하게 사랑에 빠질 만큼, 매력적으로 애쉬를 그려냈기에 최미소 역시 쉽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서경수 배우는 정말 섹시한 애쉬를 그려내요. 강정우 배우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느낌으로 애쉬를 연기하죠. 김대현 배우는 극을 끌고 가는 에너지가 크고, 옆에 있는 배우를 빛나게 해줘요. 애니가 애쉬에 단번에 반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있어 저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어요.”

최미소는 ‘이블데드’에 푹 빠져 있다.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답변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정말 이 작품을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며 “공포 영화처럼 죽자고 무서운 극도 아니다.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배우들이 정말 제 역량을 다해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추천했다.

“배우들 개개인의 기량이 정말 뛰어나요. 배우들 사이도 좋고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배우들 사이가 좋지 않으면 그게 곧바로 무대에서 드러나더라고요. 배우들이 가진 좋은 에너지를 공연장에 와서 함께 나눴으면 해요. 항상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유쾌하고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진심은 늘 통한다고 하잖아요. 관객에게도 그러한 에너지가 전달 될 거라고 믿어요. 마음을 활짝 열고, 극장을 찾아주면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에디터 백초현 yamstage_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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